춤-연극-영화-미술의 열애… 예술, 장르의 벽 뛰어넘다

  • Array
  • 입력 2013년 4월 16일 03시 00분


코멘트

‘퍼포밍 필름’ - ‘크리스 마커’ - ‘미장센’ 전

신체의 움직임을 시각적으로 재구성한 작품을 선보이는 ‘퍼포밍 필름’전에 나온 빌리 도르너의 영상 ‘위 아래 사이’. 가구와 몸을 활용한 무용수들의 독특한 퍼포먼스가 펼쳐진다. 코리아나미술관 제공
신체의 움직임을 시각적으로 재구성한 작품을 선보이는 ‘퍼포밍 필름’전에 나온 빌리 도르너의 영상 ‘위 아래 사이’. 가구와 몸을 활용한 무용수들의 독특한 퍼포먼스가 펼쳐진다. 코리아나미술관 제공
낡은 소파와 책장이 어지럽게 놓인 재활용 가구점에서 평상복 차림의 남녀가 춤을 춘다. 탁자와 의자를 소도구처럼 활용한 그들의 동작은 격렬하면서도 정교하게 이어져 흥미를 자아낸다. 오스트리아 출신 전위 안무가 겸 비디오 아티스트 빌리 도르너가 제작한 20분짜리 영상 ‘셋 인 모션’이다. 프랑스 랭스 지역 국립극장의 디렉터 스테파니 오뱅도 유명한 안무가다. 그는 사진가와 협업해 나이도 인종도 제각각인 사람들의 움직임을 촬영한 뒤 그 사진을 절묘하게 연결해 댄스 퍼포먼스 영상을 완성했다.

개관 10주년을 맞은 서울 신사동 코리아나미술관의 올해 첫 기획전 ‘퍼포밍 필름(Performing Film)’전의 작품이다. 현대무용에서 플래시 몹(자발적으로 참여한 대중의 일회성 퍼포먼스)까지 사람의 몸짓을 시각적인 디자인으로 재구성한 11개 팀의 영상과 필름을 한데 모았다.

같은 맥락에서 서울 신사동 아틀리에 에르메스의 ‘크리스 마커와 꼬레안들’전과 서울 한남동 리움미술관의 ‘미장센-연출된 장면들’전도 주목할 만하다. 현대미술과 춤 연극 영화가 서로의 경계를 가로지르는 추세를 확인할 수 있다. 장르의 물리적 접합 대신 안무가와 영화감독으로 활약하는 아티스트들이 창조한 새로운 혼종(混種)의 예술을 깊고 폭넓게 접하는 자리다.

○ 신체로 그려낸 풍경들-‘퍼포밍 필름’ 전

‘퍼포밍 필름’전에선 ‘몸짓의 시각언어’가 길어 올린 풍성한 의미를 즐길 수 있다. 실제 무대에서 제대로 음미하기 힘든 무용수의 호흡과 미세한 움직임, 동작과 동작 사이 여백까지 엿보게 한다. 지난주 내한 공연을 펼친 윌리엄 포사이스가 안무한 춤을 티에리 드 메(프랑스)가 연출한 영상, 안무가 겸 독립영화작가 셸리 러브(영국)가 만든 영상이 눈길을 끈다.

뉴미디어 작가 지나 차네스키(영국)는 생명공학자 댄서 컴퓨터프로그래머와 힘을 합쳐 신체를 활용한 ‘세포들’이란 영상을 만들었다. 영국 작가 질리언 웨어링은 쇼핑센터에서 무아지경에 빠져 춤추는 자신의 모습을 통해 공공과 사적인 영역의 충돌을 드러냈다. 사회적 목적의 플래시 몹을 기록한 영상도 선보였다. 다큐멘터리 감독 알랭 그스포네의 ‘구역 나누기’는 스위스에 신축하려던 핵발전소 건설을 반대하는 대중의 자발적 참여로 이뤄진 퍼포먼스를 담고 있다. 6월 15일까지. 2000∼3000원. 02-547-9177

○ 치밀한 연출-‘크리스 마커’ ‘미장센’ 전

크리스 마커가 1957년 북한에서 찍은 사진(왼쪽)과 ‘미장센’전에 나온 그레고리 크루드슨의 ‘무제’. 아틀리에 에르메스 제공
크리스 마커가 1957년 북한에서 찍은 사진(왼쪽)과 ‘미장센’전에 나온 그레고리 크루드슨의 ‘무제’. 아틀리에 에르메스 제공
영화 ‘12 몽키스’의 원작자인 프랑스 출신 크리스 마커(1921∼2012)는 시 사진 비디오 영화 등 다양한 매체와 스타일을 오가며 활동한 감독 겸 미술가였다. 이미지와 기억에 대한 정치적 의미를 철학적 사유와 연계한 작업으로 유명하다. 그가 1957년 북한을 촬영한 사진들, 파리의 지하철 승객을 무작위로 촬영하거나 명화 속 얼굴에 빗댄 사진들, 영화 ‘방파제’ ‘태양 없이’와 그의 작업을 화두로 삼은 한국 작가 4명의 작품도 볼 수 있다. 6월 11일까지. 무료. 02-544-7722

영화적인 장면 연출을 뜻하는 ‘미장센’을 주목한 리움의 기획전도 장르의 벽을 뛰어넘는 시도를 탐색한다. 치밀하게 연출한 사진 영상 설치작품은 몸짓과 눈빛만으로 한 장면에 숱한 이야기를 담는 장면 연출의 미학을 엿보게 한다.

거대한 영화세트를 만들어 촬영한 그레고리 크루드슨(미국)의 대형 사진은 ‘사진 한 장짜리 영화’로 불릴 만큼 묘한 긴장감이 흐른다. 영화 장면을 재현하고 그 제작과정도 나란히 제시한 정연두, 12개 모니터로 화면의 안과 밖을 아우른 아다드 해나(캐나다)의 작품은 어디까지 허구이고 실제인지 질문을 남긴다. 로마의 연회장면을 현대로 옮긴 러시아 작가그룹 AES+F의 합성사진, 벨라스케스의 ‘시녀들’을 재구성한 이브 서스먼(미국)의 영화도 눈길을 끈다. 4000∼7000원. 6월 2일까지. 02-2014-6900

고미석 문화전문기자·논설위원 mskoh119@donga.com
#크리스 마커#미장센#퍼포밍 필름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