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러 ‘인권침해 블랙리스트’ 치고받고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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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변호사 사망관련 러 18명 비자 거부
러, 관타나모 책임자 등 18명 제재 맞불

미국과 러시아가 서로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상대방 국가의 ‘인권침해자’들에 대해 입국을 금지하고 자산을 동결하는 조치를 주고받았다.

칼은 미국이 먼저 꺼냈다. 미국 정부는 12일 러시아를 대상으로 한 인권법인 ‘마그니츠키법’에 따라 18명에 대한 비자 발급을 거부하고 금융거래를 중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들 가운데 세르게이 마그니츠키 러시아 변호사 사망 사건과 관련이 있는 16명이 포함됐다.

그러자 13일 러시아 외교부는 “러시아를 혐오하는 미 의원들의 압력에 미 정부는 미-러 관계와 상호신뢰에 큰 타격을 줄 조치를 취했다”고 비난하며 똑같이 18명의 미국인 제제 대상을 발표했다. 데이비드 애딩턴 전 딕 체니 부통령 비서실장과 전 관타나모 수용소 책임자 2명 등이 제재명단에 포함됐다. 이에 미 국무부는 “러시아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미국에 보복 조치를 내놓을 것이 아니라 마그니츠키 사건 관련자들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신경전을 벌였다.

마그니츠키 변호사는 ‘러시아 관리들이 2억3000만 달러(약 2600억 원)의 세금을 빼돌렸다’고 폭로했다가 오히려 억울한 탈세 혐의를 뒤집어쓰고 구속된 뒤 2009년 옥중에서 사망했다. 미국은 지난해 12월 이 사건 관련자 및 인권침해 행위 관련자를 제재하도록 규정한 마그니츠키법을 제정했다. 이에 러시아는 미국인에게 러시아 아동 입양을 금지하는 등 내용의 보복 법안을 제정해 맞불을 놓는 등 인권 공방을 벌이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양국이 이번에 취한 조치로 지난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재집권 이후 긴장이 높아진 미-러 관계가 회복하기 어렵게 됐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 통신은 “양국이 상대국의 현직 고위 관료들을 제재명단에 포함시키지 않은 것은 서로 자제하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토머스 도닐런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5일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해 양국의 안보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푸틴 대통령 대변인도 미국의 제재조치를 비난하면서도 “양국 간에는 발전시켜 나가야 할 많은 사안이 있다”고 말했다.

장택동·이설 기자 snow@donga.com
#미국#러시아#인권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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