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세기 최대 일식… 태양의 윙크 아시아 넋놓다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7월 23일 03시 16분


22일 경기 과천시 국립과천과학관에서 초등학생들이 일식 관측용 필름으로 ‘부분일식’을 관찰하고 있다. 과천=최혁중 어린이동아 기자
22일 경기 과천시 국립과천과학관에서 초등학생들이 일식 관측용 필름으로 ‘부분일식’을 관찰하고 있다. 과천=최혁중 어린이동아 기자
환호… 탄성… 전국 ‘160분 우주쇼’달이 태양을 삼키는 ‘우주쇼(일식)’가 22일 일어났다. 인도와 중국 일부 지역에서는 금세기 가장 긴 일식이 나타났다. 한국에서는 이날 오전 9시 31분 제주에서 가장 먼저 일어나, 날씨가 흐린 일부 남부지역을 제외한 전국에서 일식이 관측됐다. 해는 오른쪽 윗부분부터 가려지기 시작해 10시 50분쯤 최대 일식이 일어났다. 제주에서는 해의 90%가, 그 외 지역은 80% 정도가 가려졌다. 일식은 낮 12시 10분쯤 끝났다.

달이 해를 완전히 가리는 개기일식은 인도 서부 구자라트 주 수라트에서 이날 오전 5시 28분(현지 시간)에 시작돼 중국과 동아시아 일부 지역에서 관측됐다. 2008년 8월 1일 이후 처음 나타난 개기일식은 금세기 최장 시간인 6분 동안 진행됐다.

○ 제주는 해 90% 이상 가려져

이날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앞 광장과 서대문구 신촌 연세대 중앙도서관 앞, 노원구 서울영어과학공원 중앙광장 등 관측행사장에는 가족단위의 시민 수천 명이 모여들었다. 행사장을 찾지 못한 직장인들과 학생들도 일식 시간에 맞춰 회사 건물 옥상에 올라가거나 태양이 잘 보이는 창가로 몰려들었다.

제주 서귀포시에서는 10시 48분경 해가 93% 이상 가려지며 개기일식에 버금가는 우주쇼가 벌어졌지만 날씨가 좋지 않아 깨끗하게 관측되지는 않았다. 이날 일식 관측회가 열린 제주별빛누리천문대와 서귀포천문과학관을 찾은 시민과 관광객들은 일식 장면을 지켜보며 “(해가) 사라진다. 사라진다”며 환호성을 터뜨렸다. 제주교육과학연구원은 “한국에서는 1887년에 있었던 개기일식 이후에 가장 많은 부분이 가려진 일식이었다”고 설명했다.

부분일식의 영향으로 아침 온도가 전국적으로 내려가기도 했다. 기상청은 “일식이 시작된 9시 30분부터 기온이 떨어지기 시작해 달이 해를 최대로 가린 11시까지 2∼4도 내려갔다”고 밝혔다. 한국천문연구원은 이날 전국적으로 열린 부분일식 관측행사에 모두 5만 명이 참여한 것으로 집계했다.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과 제주별빛누리천문대에는 각각 1만5000명과 1만2000명이 모였다. 부분일식을 생중계하기로 한 웹포털 네이버와 다음은 접속자가 폭주해 서비스가 일시 중단되기도 했다.

○ 다음 번 일식은 내년

이번 개기일식은 21세기 들어 가장 긴 일식으로 기록될 것으로 전망된다. 개기일식은 인도 서부 구자라트 주 수라트에서 시작해 네팔 방글라데시 부탄 미얀마 중국에서 차례로 진행됐다. 평균 2년에 한 번꼴로 생기는 개기일식은 보통 해가 달에 완전히 가려지는 시간이 최대 2, 3분인 데 비해 이번에는 6분 39초로 긴 편이었다.

국내에서 관측할 수 있는 다음 번 부분일식(최대 90%)은 2010년 1월 15일이다. 그러나 태양이 최대로 가려지는 시간은 일몰 이후다. 한반도에서 볼 수 있는 개기일식은 2035년 9월 2일로 북한 평양과 원산 지역에서 관측이 가능하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전동혁 동아사이언스 기자 jermes@donga.com

■ 아시아 각국 표정

印 바라나시 강가 7만명 몰려

中 관측용 안경값 66배 급등

“22일 오전 9시 14분(한국 시간 10시 14분)경 중국 충칭(重慶)의 시민 3000만 명은 ‘달이 태양을 완전히 삼키는’ 개기일식(皆旣日蝕)에 넋을 잃었다. 하늘은 어두컴컴해졌고 태양은 황금빛의 띠만 남긴 채 달 뒤로 몸을 숨겼다. 밤에만 보이는 샛별이 하늘에서 빛났고 흰구름은 파랗게 물들어 꿈속 같은 분위기를 자아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이날 전한 개기일식 광경이다. 통신은 개기일식 때 충칭은 집집마다 불을 밝혔고 기온 역시 2, 3도 하락했다고 전했다.

이날 일식은 인도와 중국 한국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대부분 지역에서 관측됐다. 수십 억 아시아인은 500년 만에 가장 긴 개기일식이라는 장엄한 우주 쇼를 감상했다. 이날 일식은 인도 서북부에서 시작됐다. 달이 해를 점차 베어 물자 이곳에 몰린 관광객과 과학자들은 탄성을 터뜨렸다. 일부 과학자는 인도 공군 수송기에 탑승해 개기일식을 관측했다.

몇 분 뒤 중국 대륙에서도 티베트 고원에서부터 창장(長江) 강 유역을 따라 상하이(上海)까지 250km 너비로 4000km에 걸쳐 개기일식이 나타났다. 중국의 나머지 지역도 대부분 50% 이상 해가 가려지는 부분일식을 볼 수 있었다. 다만 개기일식 관측 지역에 동서 수천 km 길이로 구름대가 발달해 세기의 우주 쇼를 직접 보는 행운을 얻은 사람은 예상보다 많지 않았다. 인도의 힌두교 성지인 바라나시 강가에는 일식을 보기 위해 7만 명이 한꺼번에 몰려 2명이 압사사고로 숨졌다.

중국에서는 일식 관측용 안경 값이 2.5위안(457원)에서 165위안(3만195원)으로 66배나 올랐다. 상하이에는 외국인이 평소보다 20만 명 더 입국해 숙박비와 물가가 폭등했다. 또 개기일식과 함께 비가 내려 이날 오전에만 500여 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휴대전화 등 무선기기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불만도 중국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일본에서도 일식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가고시마(鹿兒島) 현 도카라 열도 일대에 많은 사람이 운집했다고 교도통신이 전했다. 일본 학자들은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 개기일식을 관측하기도 했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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