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698>聽訟이 吾猶人也나 必也使無訟乎인저.

  • 입력 2009년 7월 23일 03시 16분


‘논어’ ‘顔淵(안연)’편의 이 章에서 공자는 訟事(송사)에서 子路의 片言折獄(편언절옥)보다도 근본적인 해결책을 추구했다. 즉 공자는 송사를 잘 처리하기보다 송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하며, 그러려면 德治(덕치)와 禮敎(예교)를 통해 백성을 감화시켜야 한다고 보았다. 聽訟은 訴訟(소송)을 듣고 是非(시비)와 正邪(정사)를 판단하는 일을 말한다. 吾猶人은 나는 남과 같아 특별히 뛰어난 면이 없다는 뜻이다. 必也는 ‘어떻게 해서든 반드시’의 의미를 지닌다. 使無訟에서는 使의 목적어로 백성 혹은 세상이 생략되었다고 보아도 좋고 無訟을 그 목적어구로 보아도 좋다. 乎는 기원과 의지의 어조를 포함하는 종결사다.

‘대학’에서는 이 章을 인용하여 이렇게 말했다. “공자는 ‘송사를 처리함은 나도 남과 같겠으나 반드시 송사함이 없게 하리라’ 하였다. 진실 없는 자가 허탄한 송사를 일으킬 수 없게 하여 백성의 마음을 크게 두렵게 하니, 이를 일러 근본을 안다고 한다.” 爲政者(위정자)가 修身과 德治를 통해서 無實의 송사가 일어나지 못하게 하여 大畏民志(대외민지)의 효과를 얻는 것을 두고 知本(지본)이라고 했다.

그런데 중국 삼국시대 魏(위)나라의 王弼(왕필)은 이 구절이 謀始(모시), 곧 일의 처음을 잘 도모하는 일을 말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왕필은 謀始란 제도를 마련하는 일을 뜻하고, 이 경우는 덕망 있는 사람이 계약 문서나 서류 등의 문건을 잘 관장해서 송사가 일어나지 않게 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공자는 行政(행정)과 法務(법무)보다 修身과 德治를 통한 敎化를 우선시했으므로, 왕필의 해설이 옳은 것은 아니다. 다만 현대의 행정과 법무에서는 위정자의 修身만 강조할 수가 없다. 제도를 정비하는 謀始의 면도 중시해야 한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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