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 흔적’ 지우기서 北실상 알리기로

  • 입력 2009년 7월 22일 02시 55분


■ 정부, 통일교육 지침서 개정

“부정적 측면 강조” 비판 일듯

정부가 보수적 색채를 대폭 반영한 통일교육 교재를 내놓았다. 현 정부 출범 이후 ‘통일교육 지침서’ 개정은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새 지침서는 좀 더 과감한 변신을 시도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이후 북한의 집요한 대남 공세에 따른 전반적인 여론 악화를 반영한 것으로 보이지만 북한의 부정적인 측면을 지나치게 강조했다는 비판도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내용과 방법론의 보수화

이명박 정부는 지난해 5월 통일교육 지침서를 개정해 정부 통일교육 교재의 ‘우향우’를 처음으로 시도했다. 특히 김대중, 노무현 정부 10년 동안 추진된 햇볕정책의 냄새 지우기에 주력했다. 당시 지침서는 2000년 제1차 남북 정상회담 추진 과정의 불투명성을 지적하고 두 차례 정상회담이 국민적 합의와 지지를 결여해 극도의 남남갈등을 초래했다고 평가했다.

새 지침서는 대북정책 비판에서 한발 더 나아가 북한 체제에 대한 인식의 문제를 건드린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 정치체제를 ‘퇴행적 체제’로 평가하고 북한 개혁·개방 정책의 한계와 시장화 추진의 문제점 등을 거론한 것은 북한의 실상을 제대로 알려야 한다는 현 정부의 보수적 대북관을 반영한 것이다. 방법론에서도 이념적으로 편향된 웹사이트 접속을 막자고 제안한 것과 탈북자를 통일교육에 적극 활용할 것을 권고한 대목은 이례적이다.

○변화된 현실과 여론 반영

정부의 지침서 수정은 그동안 변화된 남북관계의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은 지난해 7월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 사건 이후 올해 장거리로켓 발사와 2차 핵실험에 이르기까지 대외적으로 비정상적인 행보를 나타냈다. 이 과정에서 최고지도자에게 고도로 권한이 집중된 독재체제의 모순이 여실히 드러났다.

이에 따라 한국 사회의 대북 여론도 바뀌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정부는 새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국내적 갈등이 첨예한 상황이어서 이 문제에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하지만 최근까지 계속되고 있는 북한의 비정상적 행태에 대한 비난 여론이 비등하면서 좀 더 과감한 접근을 시도한 것이다.

아울러 정부 당국자의 교체도 요인으로 작용했다. 김하중 전 통일부 장관의 뒤를 이어 올해 3월 취임한 현인택 장관은 통일교육에 대한 과감한 변화를 추구해 왔다. 청와대 당국자들도 통일부가 더 혁신적인 통일교육 방안을 만들 것을 독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홍재형 통일교육원장은 통일교육을 ‘자유민주주의에 기반한 통일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실현하는 수단’으로 규정하고 이번 지침서 개정을 단행했다.

○교육 현장의 반발 살 수도

초중고교생들을 위한 통일교육 지침의 이 같은 변화는 일선 교사들의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했다. 특히 진보적 통일교육을 추진해 온 전교조 소속 교사들이 반발할 가능성이 높다. 이우영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학기 초에 나와야 할 것이 늦게 나와 이처럼 방향을 바꾼 데 대한 배경 설명이 교사들에게 충분히 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일선 교사들은 교육지침의 변화에 당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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