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nd]드라마 접수한 재벌2세…남자배우 성공 보증수표로

  • 입력 2009년 7월 17일 02시 56분


드라마 접수한 재벌2세

《최근 안방극장을 사로잡은 드라마 주역은 모두 재벌 후계자들이다. ‘찬란한 유산’의 이승기, ‘내조의 여왕’의 윤상현, ‘꽃보다 남자’의 이민호 등이 대표적이다. ‘발리에서 생긴 일(2004년)’의 조인성, ‘파리의 연인(2004년)’의 박신양, ‘내 이름은 김삼순(2005년)’의 현빈 등의 뒤를 잇는 셈이다.

드라마 속 왕년의 재벌 2세나 현재의 재벌 2세나 이들 재벌 후계자 캐릭터는 남자 배우에게 대중적 인지도와 인기를 안겨준다. ‘꽃보다 남자’의 이민호도 앞서 드라마 ‘달려라 고등어’에서 퇴학 위기의 고등학생으로 출연했지만 이름조차 알리지 못했다. 윤상현 역시 ‘겨울새’와 ‘크크섬의 비밀’에서 의사와 회사원을 연기했지만 눈길을 끄는 데는 실패했다. 특급 스타인 지금의 조인성을 있게 한 것도 ‘발리에서 생긴 일’의 재벌 후계자 역할이다. 이 때문에 남자 배우에게 재벌 후계자 역은 성공의 보증수표로 통한다.》

○ 연기력 검증이 필요 없다(?)

최근 한 방송사의 토크쇼에 출연한 이현우 씨는 재벌 후계자 역의 특징으로 “연기가 쉽다”는 점을 들었다. 가수지만 ‘실장님 전문배우’로 불리는 이 씨는 “모자라는 연기력으로 7차례나 드라마에 ‘실장님’ 역으로 출연하게 된 건 연기력이 많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번은 교통사고로 죽어가는 애인을 안는 장면이 있었는데, 대본 지문에 ‘실장님처럼’이라고 돼 있더라고요. 어떻게 연기할까 고민하다 별 감정 표현 없이 안기만 했는데 감독에게서 ‘너무 좋다’는 사인이 떨어졌어요”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내조의 여왕에서 재벌 2세로 등장해 스타가 된 윤상현 씨도 재벌 후계자 역의 특징을 두 가지로 꼽았다. ‘말이 많지 않다’ ‘감정은 좋은 것과 싫은 것 딱 두 가지다’. 다시 말해 연기력으로 승부하는 캐릭터가 아니라는 얘기다. 윤 씨는 “똑바로 서서 눈만 깔아주면 돼요. 고개만 각도 잘 맞춰서 돌리면 되죠”라며 한술 더 떴다. 과장된 설명이긴 하지만 재벌 후계자 역은 그만큼 검증 안 된 신인에게는 연기력 논란을 피해갈 수 있는 역할이다. 반항적 기질을 공통분모로 캐릭터 자체가 단순하기 때문이다.

○ 돋보이는 외모와 매력남 캐릭터

드라마 속 신데렐라는 이제 식상하지만, 재벌 후계자는 여전히 매력적인 캐릭터다. 꽃보다 남자에서 이민호가 연기한 재벌 2세 구준표는 이렇게 말한다. “잘생겼지, 키 크지, 똑똑하지, 돈 많지, 어떻게 내가 싫을 수 있어?”

일단 수려한 외모를 자랑한다. 새로 전파를 타고 있는 ‘태양을 삼켜라’에서 호텔업 후계자로 등장하는 이완 씨는 재벌 2세 역할을 위해 몸무게를 2∼3kg 감량했다고 한다. 몸매를 다지고 날렵한 턱선을 살리기 위해서다. 세련된 남자의 향기를 풍기는 외모는 재벌 후계자 캐릭터의 기본이다.

또 ‘있는 집 자제’답게 특유의 여유를 보인다. “돈 많은 티를 내지 않죠. 다이아몬드 반지도 지나가다 사왔다는 듯이 툭 던지는….” 실장님 전문 이현우 씨의 설명이다. ‘가을동화’ 속 리조트 사업체 후계자 원빈이 날린 “얼마면 돼? 얼마면 되겠니?”라는 대사는 재벌 2세의 캐릭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명대사로 회자된다.

까칠한 성격도 역대 재벌 캐릭터의 공통분모다. 돈이면 뭐든 된다는 안하무인 성격이지만 사랑하는 연인 앞에서는 인간적인 빈틈을 드러내 여성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능력 있는 강한 남성의 매력을 풍기면서도 여성의 모성 본능을 자극하는 포인트다.

○ 따라하고 싶은 감각적인 패션

여기에 감각적인 패션은 재벌 후계자 캐릭터를 완성한다. ‘발리에서 생긴 일’의 조인성은 양복에 백팩을 멨고,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현빈은 넥타이까지 맨 양복 상의에 청바지와 흰색 운동화를 매치했다. 이 같은 스타일은 파격적이지만 세련된 연출 때문에 ‘재벌 패션’으로 불리며 남성복 트렌드를 주도해왔다. 캐릭터에 여성들이 열광한다면, 남성들은 이들의 스타일에 환호하는 셈이다.

최근 종영한 ‘내조의 여왕’의 윤상현도 스타일로 주목받았다. ‘식품회사 사장님’을 연기한 윤상현은 핑크, 블루, 그린 색의 화사한 재킷이나 팬츠로 자유분방한 개성을 강조했다. 행동이 가벼운 듯하지만 진심어린 모습을 보이는 순수남 캐릭터에 부합하는 스타일이다. 남성복 엠비오(MVIO)의 민정호 디자인 실장은 “일반적인 비즈니스캐주얼보다 한층 세련되고 패셔너블해 광고나 디자인 등 감각적인 직업이나 프리랜서와 같이 자유로운 직업을 가진 남성들이 응용해볼 수 있는 패션”이라고 권했다. 특히 눈여겨볼 부분은 재킷 안에 와이셔츠가 아닌 브이넥, 라운드 티셔츠를 입어 감각적인 분위기를 살린 것이다.

방송 중인 ‘찬란한 유산’에서 이승기가 보여주는 패션의 핵심은 차려 입지 않은 듯한 단정한 멋이다. 젊은 나이에 어울리게 슬림한 실루엣을 주로 입고, 기본 컬러를 고급스럽게 소화한다. 기본적으로 화이트, 블랙, 네이비 등 무채색 계열로 전체적인 의상 톤을 잡고 다양한 액세서리로 포인트를 준다. 정장을 입을 때는 밝은 베이지나 그레이 등 화려하지 않은 색상의 보타이나 스카프를 활용해 포인트를 준다. 캐주얼을 입을 때는 무늬가 없는 티셔츠나 셔츠에 은은한 체크나 스트라이프 패턴의 조끼를 함께 입어 신경 안 쓴 듯 센스 있는 스타일을 선보인다.

노소영 삼성패션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예전의 부유층 캐릭터는 권위와 카리스마를 강조한 스타일을 지향했지만, 최근에는 격식은 지키되 스타일리시한 캐주얼로 연출되는 경향이 짙다”며 “드라마 속 재벌 후계자들이 젊은 남성들의 트렌드 아이콘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강혜승 기자 fin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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