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분양가 하향방안 나오나”

  • 입력 2009년 7월 14일 02시 56분


李대통령 “아파트 고급화로 분양가 높아져”

분양가 중 마감재 5~15%… 택지비는 최대 70% 차지
“땅값 낮춰야 분양가 인하”

유럽을 방문 중인 이명박 대통령이 13일 스웨덴의 검소한 주거문화를 소개하면서 우리나라 건설사의 경우 불필요한 옵션으로 아파트 분양가를 지나치게 높게 책정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수행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환경친화적 미래도시인 함마르뷔 방문을 언급하며 “안내하는 장관(토비아스 빌스트롬 법무부 이민정책담당 장관)의 자택에 들어갔는데 우리나라 회사 과장급이 사는 정도의 규모였다”며 “계단도 콘크리트로 돼 있었다. (한국에선) 요즘 많이들 대리석을 까는데 세계적으로 가장 부유한 나라가 사람들이 많이 드나드는 곳은 돌을 깔고 실용적으로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우리는 아파트가 너무 고급화돼 있어서 불필요한 쪽으로 돈이 많이 들어가니까 분양단가가 자꾸 높아지고 있다”면서 “집 없는 사람이 집을 사려면 정말 그 가격으로 살 수가 없지 않느냐”고 했다.

이 대통령이 아파트 분양가가 비싸다는 지적에 내 집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많은 사람은 공감한다는 반응이었다. 서울 서초구에서 전세아파트에 사는 회사원 김모 씨(37)는 “최근 몇 년간 기존 아파트 가격은 물론이고 분양가가 너무 많이 올라 정상적으로 월급을 모아 내 집을 갖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건설사들과 부동산 전문가들은 분양가를 낮추려면 마감재보다는 택지비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분양가에서 택지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수도권이 40∼50%, 지방은 20∼25%다. 서울 강남 등 일부 지역에서는 택지비 비율이 최고 70%에 이르기도 한다. 택지비에는 토지보상비와 함께 터를 닦고 기반시설을 만드는 조성비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전문가들은 대표적인 예로 대한주택공사가 올 9월에 분양하는 보금자리주택을 꼽는다. 주공은 이곳의 분양가를 인근 시세보다 15% 이상 낮출 예정이다. 주공 측은 분양가가 싼 이유로 보금자리주택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에 지어 땅값이 싼 점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한다.

마감재를 바닥재와 벽지 타일 가구 등 집안 내부에 사용하는 자재로만 한정하면 마감재가 분양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10%다. 복도계단 타일이나 외벽 등 골조를 뺀 나머지 자재와 조경까지 마감재로 보더라도 마감재의 비중은 분양가의 15%를 넘지 않는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마감재가 분양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은 데다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되고 있어 고급 마감재를 써서 분양가를 올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건설업계에서는 이 대통령이 고분양가를 지적한 만큼 분양가를 낮추기 위한 정책이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스톡홀름=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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