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 韓-中 두 작가의 화두였다

  • 입력 2009년 7월 13일 03시 00분


김주영 “내 작품은 가난에 내재된 갈등 치유 과정”
아라이 “어릴적 가난-멸시의 고통이 글쓰는 동력”

“아직도 제 소설의 주요 내용은 어릴 때 겪은 가난, 정치적 갈등과 같은 괴로운 기억들입니다. 그 기억으로 인해 ‘사람이 왜 이렇게까지 돼야 하는가’라는 문학적 물음을 갖게 됐지요.”(중국 작가 아라이 씨) “가난이라는 괴로운 기억에서 해방되는 방편이 문학이었습니다. 제 소설의 화두 역시 가난이었습니다.”(작가 김주영 씨)

9일 오후 중국 칭하이(靑海) 성 시닝(西寧)에서 열린 제3차 한중작가회의. 소설 ‘객주’의 작가 김주영 씨(70)와 ‘색에 물들다’를 쓴 중국 작가 아라이(阿來·50) 씨가 만나 ‘문학세계에 반영된 고향의 원형’을 주제로 대담을 나눴다. 경북 청송군과 중국 아바짱쭈창쭈자치구 마얼캉(馬爾康) 현에서 태어난 이들에게 산골 오지 고향의 기억은 가난이다.

아라이 씨는 “문화대혁명 등 계급혁명이 중요했던 1960, 70년대 중국의 농촌을 경험했던 이들은 알겠지만 가난과 정치적 멸시로 고통스러웠던 시대였다”며 “그런 압박감이 글을 쓰게 한 것 같다”고 전했다.

김 씨도 “가난은 사람을 조숙하게 만들고 그래서 일찍부터 눈치가 늘고 비겁해진다. 가난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사람은 숭고해질 수도, 저급해질 수도 있다”며 “문학은 이 가난을 치유하는 데 목적이 있는 것 같고 거기 숨겨져 있는 인간 내면의 갈등들을 표현해온 것이 내 문학”이라고 회고했다.

아라이 씨는 과거에 대한 아픔과 부끄러움이 작가들에겐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고 보았다. 그는 “작가는 아픔과 부끄러움을 통해 오히려 사람과 사람의 관계, 사람과 자연의 관계를 더 민감하게 관찰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김 씨는 가난한 과거와 넉넉한 현재 사이의 괴리에 대한 부담감도 드러냈다. 그는 “지인들과 고향에 가면 내가 살았던 집은 너무 초라해 절대 보여주지 않는다”며 “지금은 성공한 소설가로 잘 먹고 잘 입고 사는데 소설가로서 자격이 없는 것 같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아라이 씨는 “때론 그 격차에서 오는 자책감이 글을 쓰게 하기도 한다. 김 선생이 말씀하신 것처럼 문학이 그런 아픔과 부끄러움을 치유해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이어 “한국과 중국이 비슷한 가치관과 문화, 정신세계를 지니고 있어 다행스럽다”며 “이런 유대를 발전시켜 나가면 물질에 젖어든 우리 자신을 구제할 공통의 문학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마무리했다. 한중작가회의는 10일 막을 내렸다.

시닝=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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