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비비지 말고 귀 후비지 말고 몸 긁지 마세요

  • 입력 2009년 7월 13일 02시 59분


■ 워터파크 건강하게 즐기기

《최근 네 살배기 아들과 워터파크에 다녀온 주부 김혜승 씨(32·경기 수원시)는 아이가 한동안 감기를 앓아 마음을 졸여야 했다. 물속에서 나오지 않으려는 아이를 놀게 내버려 두었더니 집에 돌아와 열이 오르고 목이 아파 밥도 잘 넘기지 못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워터파크는 각종 질병에도 노출되기 쉬운 장소다. 많은 사람이 드나드는 물에는 녹농균, 이질균, 와포자충 등 귓병, 피부병을 일으키는 병원성 세균이 많이 있다. 워터파크를 건강하게 즐기는 법을 알아보자.》


눈병 예방하려면 물안경 쓰세요

눈병은 물놀이 뒤에 걸리기 쉬운 대표적인 질병이다. 유행성 각결막염은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침투해 각막에 염증이 생기는 질병이다. 눈이 가렵고 이물감이 느껴지다 점차 새빨개지고 눈을 뜨기 어려울 정도가 된다. 아폴로 각결막염은 유행성 각결막염보다는 증상이 약하지만 눈은 더 새빨갛게 된다. 눈이 충혈되거나 통증이 심하면 섣불리 안약을 사용하지 말고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고 처방을 받아야 한다.

눈병을 예방하려면 물안경을 쓰고 절대 손으로 눈을 비비거나 만지지 말아야 한다. 물놀이 뒤 샤워를 할 때에는 흐르는 물로 눈도 깨끗이 씻어준다. 만약 눈병에 걸렸다면 가족들과 수건이나 세숫대야를 따로 써야 한다.

귀에 물 들어가면 고개 옆으로 기울여야

장시간 물놀이를 하면 귀지가 축축하게 불면서 이도(耳道)를 막아 소리가 잘 들리지 않게 된다. 이때 귀를 후비면 붓고 진물이 흐르다가 통증이 온다. 증상이 오래되면 난청이 생길 수도 있다. 항생제와 항염증제를 귀에 넣어 치료하거나 귀 안의 산성을 유지하기 위해 식초 성분의 물약을 사용하기도 한다. 치료 후 6주간은 귀에 물이 들어가는 것을 피해야 하며 목욕을 할 때는 귀마개를 써서 귀 안이 습해지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

고막 안에 물이 차거나 콧속에 들어간 물이 이관을 타고 고막 안으로 들어가면 염증이 생긴다. 통증이 없으므로 아이가 자꾸 귀를 잡아당기지는 않는지 귀에서 고름이 나오지 않는지 유심히 살펴야 한다. 심해지면 청력이 약화되거나 손실될 수 있다.

손가락이나 귀이개로 귀를 후비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귀에 물이 들어가 답답하다면 고개를 한쪽으로 귀울인 뒤 한 발로 깡충깡충 뛰는 게 좋다. 코에 물이 들어가면 한쪽 코를 풀어 물이 귀로 들어가는 것을 막아야 한다.

물놀이 후엔 꼭 샤워해야 피부 건강

피부가 연약한 어린이들은 ‘전염성 농가진’과 ‘모낭염’에 자주 걸린다. ‘전염성 농가진’은 피부가 세균에 감염돼 고름집이 생겼다가 딱지가 앉는다. 치료는 항생제를 먹고 피부에도 발라주며 항균비누를 쓰도록 한다.

소독이 제대로 안 된 수영장에선 녹농균이 일으키는 ‘모낭염’을 주의해야 한다. 증상은 피부에 가벼운 반점이 생기면서 모낭 주변에 염증이 생기는 것이다. 오염된 물이 세균 감염의 원인이라면 염소 소독된 수영장 물은 자극성 피부염을 일으킬 수 있다. 더구나 아토피성 피부염을 앓는 어린이는 자극에 민감하므로 여러 사람이 찾는 수영장보다 수온이 낮고 물이 항상 흐르는 계곡이 낫다.

야외에서 너무 오래 놀면 화상을 입을 수도 있다. 피부가 붉게 부어오르고 따가우며 물집이 잡히기도 한다. 피부가 화끈거릴 때에는 긁지 말고 차가운 물수건이나 얼음, 차가운 우유로 냉찜질을 해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

피부염을 막으려면 물속에 지나치게 오래 있지 말아야 한다. 물놀이가 끝나면 깨끗한 물로 몸을 씻은 후 잘 닦고 말린다. 물에서 놀았다고 샤워를 따로 하지 않으면 소독약의 염소 성분이 남아 피부에 자극이 된다.

집에서 끓인 물 먹여야 배앓이 방지

휴가 후유증 중에서 가장 흔한 것은 급성복통, 설사, 구토를 동반하는 급성장염과 바이러스성 장염이다. 물속 와포자충, 이질균, 대장균은 설사와 위장장애를 일으킨다. 설사가 멎을 때까지 유제품을 피하고 이온음료 등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면 며칠 내에 저절로 낫는다.

다만 △소변량이 현격하게 줄 정도로 탈수가 심할 때 △고열·오한을 동반할 때 △설사에 점액이나 피가 섞여 나올 때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빨리 병원을 찾아 적절한 치료를 받도록 한다. 아이들은 집에서 끓여간 물을 마시도록 하는 것이 좋고 수영장 속 물을 먹지 않도록 주의를 준다.

(도움말=강희철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이재호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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