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한국 떠난다면 노조는 누구와 싸울건가”

  • 입력 2009년 7월 12일 18시 49분


오마에 겐이치 대표
오마에 겐이치 대표
"한국은 정부와 국민 간, 기업과 노조 간 반목하는 '국민병'(national disease)을 고쳐야합니다. 한국은 구성원 간 신뢰를 하루 빨리 회복하지 않으면 중국과 같은 '대국(大國)' 앞에서 사분오열할 것입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경영컨설턴트인 오마에 겐이치(大前硏一·66) 오마에앤어소시에이츠 대표는 10일 제주 서귀포시 제주 해비치호텔에서 본보 박영균 논설위원 및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과의 대담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대담은 유장희 이화여대 명예교수 사회로 2시간 동안 이뤄졌다. 오마에 대표는 중기중앙회가 9~11일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 700여명을 대상으로 개최한 '2009 중소기업 리더스 포럼'에서 강연하기 위해 이날 방한했다.

△박영균 논설위원(박)=일본에서는 노동유연성이 떨어지고 있다고 들었다. 결과는 어떤가.

"일본에서 노사 관련 규제가 까다로워지면서 계약직 근로자나 파트타이머조차 해고하기 어려워졌다. 특히 최근 일본 민주당이 경영계에 까다롭게 요구를 하면서 이런 현상이 더 심해졌다. 노동 유연성 상실은 곧 일본 기업 경쟁력 추락을 의미한다. 기업들은 정치권에 '이제 그만 하면 되지 않았느냐. 정부가 하라는 대로 하지 않았느냐'는 분위기다. 그래서 기업들은 생산기지를 조용히 베트남 등 해외로 이전하고 있다. 그 결과로 일본 안에서 일자리가 줄어드는 등의 악영향이 나타나고 있다."

△박=한국에서 노사 갈등은 1980년 대 후반 특히 심했고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일본과 비교할 때 어떤 해결책이 있는가.

"한국은 정부-국민 간, 기업-근로자 간 불신 갈등 반목이 팽배해 있다. 국민들은 '재벌'을 비난하고 정부와의 사이도 좋지 않다. 노조는 계속해서 투쟁을 하려하겠지만 한국 기업이 한국을 떠나면 노조는 누구를 상대로 투쟁을 하겠느냐. 이는 코미디와 다름없는 상황이 될 것이다. 구성원 간 신뢰를 빨리 회복해야한다."

△김기문 회장(김)=한국 중소기업들이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한국 중소기업이 위기에 봉착한 것은 기술자를 폄하하는 한국의 독특한 문화 때문이다. 한국에선 엔지니어를 변호사나 경영자보다 못한 '2등 계급'으로 생각한다. 기술자에 대해 경의를 표하는 일본에서는 이해하기 힘든 현상이다. 또 기술을 깊고 좁게 파지 않는 것도 경쟁력이 떨어지는 원인이다. 한국 기업들은 사업이 궤도에 오르면 옆으로 두리번거리면서 문어발처럼 사업부문을 확대하지만 일본 기업은 '아래로 깊이' 내려보면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한다. 터치패널 제조사인 니토덴코사는 '글로벌 니치(틈새시장) 넘버 원'을 모토로 한 우물을 건 결과 TV용 편광판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김=대일 무역 적자는 어떻게 풀어야하나.

"(한국 정부는) 대일 적자를 줄이기 위해 일본 기업에 한국에 와서 투자를 하라고 하지만 현실적인 방법이 아니다. 도쿄(東京) 오타(大田) 구 클러스터만 하더라도 기업 3500개가 얽혀있을 정도로 산업 클러스터가 강력해 (한국에) 올 이유가 없다. 독보적 기술력을 확보하는 게 최선이겠지만 이게 힘들면 가업 승계가 어려워 사업을 포기하는 일본 기업을 인수합병(M&A)하는 것도 좋다. 또 일본인 대상 의료 관광을 더욱 강화하거나 한국 예금 상품 판매를 일본에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할 수 있다."

△박=향후 세계 경기 전망은 어떤가.

"전 세계 경제는 적어도 5~10년 간 금융위기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의 내구재 소비 감소세가 지속되면서 'L자형 장기 침체 곡선'을 그릴 것이다. 경기 바닥을 쳤다고 보기에 이르다. 세계 경제는 바닥 탈출을 위한 성장엔진을 찾기 힘든 상황이다."

△김=세계 경제 지형 전망은.

"2020년경 유럽연합(EU)에 러시아가 회원국으로 가입하면서 EU가 세계 제1의 경제권이 될 것이며, 미국이 2위로 처질 것이다. 오바마 정부는 부(富)를 창출하기도 전에 부를 분배하는 데에 몰두한다. 미국이 혼자 헤게모니를 쥐고 세계 경제를 주도하는 시대가 끝났다. 중국은 3위, 일본과 인도는 4, 5위를 두고 다툴 것으로 본다. 또 태국, 베트남, 터키 등 이른바 'TVT'국가와 인도네시아도 젊은층 인구가 많아 성장 가능성이 크다."

정리 서귀포=김유영 기자 abc@donga.com

▽오마에 대표는=일본 와세다대 공학부를 거쳐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원자력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72~1995년 컨설팅회사인 맥킨지에서 맥킨지일본 대표와 아시아태평양지역 회장, 본사 디렉터 등을 지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현대 경영의 5대 지도자로 그를 꼽기도 했다. 200번 넘게 한국을 방문한 지한파. 이날 대담을 할 때는 엄지손톱에 태극기 무늬를 그리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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