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부티크 정육점’ 뜬다

  • 입력 2009년 7월 10일 02시 57분


질좋은 고기 찾는 수요 부응

미국의 정육점이 화려하게 변신하고 있다. 슈퍼마켓 한구석에서 고기를 단순히 썰어 파는 정육점 대신 고객이 원하는 고급 부위를 손질해 소량으로 판매하는 ‘부티크 정육점’이 최근 인기를 얻고 있다.

1960년대 도살 및 가공 공정이 대형화하고 육류업체에서 덩어리로 포장한 고기를 슈퍼마켓에 공급하기 시작하면서 전통적인 동네 정육점은 서서히 사라져 갔다. 그러나 질 좋은 고기를 선호하는 입맛 까다로운 소비자가 늘면서 뉴욕 샌프란시스코 뉴올리언스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부티크 정육점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9일 보도했다. 이른바 ‘푸줏간의 재탄생’이다. 일부 고급 레스토랑은 미식가들을 위해 아예 주방 내부에 푸줏간까지 설치하기도 한다.

한동안 고기를 발라내고 손질하는 기술은 요리학교에서도 가르치지 않던 ‘천한 기술’에 불과했지만 최근엔 고기를 자르고 다루는 법을 배우려는 젊은이가 크게 늘고 있다. 이름이 알려진 부티크 정육점 주인들은 인터넷 블로그를 이용해 자신이 운영하는 정육점을 홍보하고 육류가공 기술을 선보이기도 한다.

샌프란시스코에서 ‘4505 정육점’이라는 이름의 부티크 정육점을 운영하는 라이언 파 씨(30)는 레스토랑 주방장에서 푸줏간 주인으로 길을 바꿨다. 손님들은 한 시간에 75달러(약 9만5000원)를 내면 돼지고기를 발라내는 방법을 배우는 것은 물론이고 돼지고기 5.5kg과 파 씨의 장기 요리인 치차론(돼지껍질 튀김)을 받아갈 수 있다. 그는 동네 주점으로 고객들을 초청해 즉석에서 고기를 발라 요리해 팔기도 한다.

뉴욕의 브루클린에서 ‘말로 앤드 도터스’ 정육점을 운영하는 톰 마일런 씨(32)도 동네에서는 ‘스타’로 통한다. 그가 파티에 등장하면 팬이 모여들고 지역 언론에서도 큰 관심을 가진다. 친구 사이인 파 씨와 마일런 씨는 “140kg짜리 큰 돼지를 사람이 가득한 방에 놓고 멋지게 손질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나의 작은 꿈”이라고 말한다. 이는 육류가공이 일종의 ‘요리 쇼’로 거듭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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