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이 본 중국’ 연구하는 중국

  • 입력 2009년 7월 10일 02시 57분


푸단대, 연행록-조천기 출판 계획
영인본 출간 대동문화硏과 협약

조선시대 중국을 다녀온 사신이나 그 수행원이 쓴 기행문인 연행록(燕行錄·청나라 때 기행문)과 조천기(朝天記·명나라 때 기행문)가 중국에서 출판된다. 중국이 사대관계에 있던 조선의 기록을 활용해 자국의 역사를 재조명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9일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에 따르면 이 학술원은 올해 5월 중국 푸단(復旦)대 문사연구원과 ‘연행록 선집 출판’ 협약을 맺었다. 동아시아학술원 산하 대동문화연구원이 발간한 연행록 선집 영인본(影印本)을 중국에서 출판하기 위한 협약이다. 푸단대 측이 발간에 필요한 비용 전액을 부담하고 대동문화연구원은 자료 제공과 자문에 응하는 조건이다.

푸단대는 성균관대를 방문해 중국 내 출판을 제의했고, 당시 대동문화연구원이 발간한 연행록 선집 중 중국과 관련이 깊은 부분을 미리 발췌해 올 정도로 사전 조사도 충실했다. 대동문화연구원 신승운 원장(문헌정보학과 교수)은 “중국 역사학계에서 ‘주변국의 시선으로 본 중국 연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다른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록이 충실한 조선의 연행록을 택했다고 중국 측으로부터 들었다”고 말했다.

연행록에는 사신과 수행원들이 중국을 오가며 만난 사람들과의 대화뿐만 아니라 중국을 통해 접했던 선진문물에 대한 감회, 외교 교섭 관계에 대한 뒷얘기 등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대동문화연구원은 연구원이 설립된 지 2년 뒤인 1960년에 ‘연행록 선집’을 발간했고 2008년에는 당시 선집 중 빠진 것을 보완해 ‘연행록 선집 보유(補遺)’를 발간했다. 선집과 선집 보유에는 조천기 일부를 포함해 각각 30종과 20종 등 총 50종의 기록이 담겨 있다. 지금까지 전해져 오는 연행록은 500여 종에 이른다.

대동문화연구원은 첫 공동편집위원 회의를 위해 28일 3일 일정으로 푸단대를 방문할 예정이다. 양측은 연행록 중 28종을 선별해 10월쯤 20책으로 발간할 계획이다. 영인본에 있는 해제(저자 내용 체재 출판일 등에 대한 설명)는 중국어로 번역된다.

신 원장은 “연행록이 중국 내에서 출판되면 중국 역사학자뿐만 아니라 아시아 역사에 관심 있는 서양학자들에게도 조선의 기록 문화를 알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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