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노조 “20년 된 전통” 방통위 “법적 근거 없어”

  • 입력 2009년 7월 7일 02시 57분


MBC 대주주인 방문진 이사 ‘노사 추천 몫’ 논란
방통위 “이번엔 ‘이사 9명 중 2명 추천 관행’ 안따를 것”
언론노조 “1988년 입법취지 안맞아… MBC 장악 의도”

방송통신위원회가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를 16일까지 공모하는 가운데 방문진 이사 9명 중 2명을 MBC 노사가 1명씩 추천하던 관행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방문진 이사는 방통위가 임명하며 임기는 3년이다. 현 이사의 임기는 8월 9일 끝난다.

방통위는 최근 “MBC 노사가 이사를 추천해 사실상 임명토록 하는 것은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이번엔 적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언론노조 등은 “방문진법 제정(1988년) 당시 입법 취지에 맞지 않다”며 반발하고 있다. 관련법에는 “각 분야의 대표성과 방송의 전문성을 가진 사람으로 구성한다”고만 규정돼 있다. 방문진 이사회는 MBC 주식의 70%를 보유하고 있으며 MBC 사장 선임과 해임, 경영에 대한 관리감독권을 갖고 있다.

○ 방문진 이사 선임 과정

1989년 설립된 방문진은 초기 국회 추천 4명과 옛 방송위 추천 6명으로 이사회를 구성했으나 2000년 법 개정에 따라 이사 수를 1명 줄인 9명으로 하고 방송위가 이를 모두 추천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2003년에 공모제를 도입했으며 2006년의 경우 모두 49명이 응모했다. 당시 MBC 사측은 박우정 전 청주MBC 사장을, 노조는 이수호 전 민주노총 위원장을 추천해 사실상 자동 임명됐다. 하지만 방통위는 이번에 MBC 노사가 추천하더라도 다른 후보들과 동등하게 심사할 방침이다.

○ MBC 노사 추천은 관행?

전국언론노조 등은 2일 기자회견에서 “MBC 노사의 방문진 이사 추천권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여당 추천 인사를 늘려 MBC를 장악하기 위한 의도”라며 “이사 공모를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MBC 노조도 같은 날 “노태우 김영삼 정권에서도 어김없이 지켜져 20년을 이어온 전통이자 사실상 법”이라는 성명을 냈다. 이들은 1988년 방문진법 제정 당시 국회 상임위 속기록을 근거로 노사 추천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당시 박관용 통일민주당 의원은 “MBC의 현장 감각이 비교적 들어가는 것이 좋다는 견해에 대해선 6명(법안 심사 소위)이 의견을 같이했다. 이 같은 입법정신이 있다는 것을 꼭 속기록에 명기해 달라”고 발언했다. 이옥경 방문진 이사장도 6월 29일자 한겨레신문에서 “노사 추천 관행은 MBC 구성원도 주주를 구성할 권리가 있다는 측면에서 1기 이사회 때부터 이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 노조 추천은 7번중 4번만 이뤄져

방통위는 노사 추천 몫은 법적 근거가 없고 1988년 국회 속기록의 취지도 노사 몫을 당연히 줘야 한다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당시 속기록의 취지는 MBC의 실상을 파악하고 있는 사람, 즉 MBC 출신이 포함돼야 한다는 것이지 MBC 노사가 추천한 사람을 반드시 이사로 선임해야 한다는 주장은 확대 해석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노조 추천은 1989년부터 2006년까지 7번의 이사 선임 과정에서 4번만 이뤄졌기 때문에 ‘줄곧 노조가 추천권을 행사했다’는 것도 사실과 다르다. 또 노조가 추천의 주체여야 한다는 것은 어디에도 근거가 없다. 당시 방문진 설립 실무에 관여했던 MBC 전직 고위 관계자는 “당시 MBC 추천 몫은 MBC 퇴임 간부에게 자리를 마련해주려는 성격이 강했다”고 말했다.

이재범 방통위 규제개혁법무담당관은 “1988년 속기록을 보면 처음 방문진 법을 만들 때 국회 추천 4명, 방송위 추천 6명, MBC 추천 2명 등 12명으로 구성할 것을 논의했으나 결국 MBC 추천 몫을 빼고 10명으로 한 것을 보면 노사 추천 몫을 사실상 배제했다고 볼 수도 있다”며 “2003년과 2006년 방송위가 방문진 이사를 선임할 당시의 속기록에도 노사 추천 몫을 배려한다는 내용은 없고 이들을 다른 후보들과 동등한 조건에서 논의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방문진의 관리 감독을 받아야 하는 MBC 경영진과 노조가 방문진 이사를 추천해 자동으로 선임되게 한 관행은 법리상 맞지 않는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한 방송학자는 “MBC 노사가 추천한 인사는 아무래도 MBC 노사의 이해관계를 대변하기 쉽다”며 “선임 절차가 비슷한 KBS, EBS도 노사 추천권이 없는데 MBC만 인정해 달라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