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뇌물은 눈감아준다?

  • 입력 2009년 7월 2일 02시 59분


수뢰혐의 공무원 기소유예율 일반인의 3배 30.5%

■ 최근 5년 공무원 범죄 분석

검찰, 소액촌지에 관대…공직사회 ‘온정주의’ 지적

7급 공무원이 비리 최다, 중앙보다 지방이 ‘부패’

뇌물을 받은 혐의로 조사를 받고 검찰의 처분을 받은 공무원 10명 가운데 3명은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동아일보가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구축한 범죄통계정보시스템을 활용해 2003∼2007년 공무원 직무 관련 범죄(뇌물수수, 뇌물공여, 직권남용, 직무유기) 처분 내용(3672명)을 분석한 결과 뇌물수수의 경우 검찰의 처분을 받은 653명 중 199명이 ‘기소유예’ 처분을 받아 평균 기소유예율은 30.5%였다. 205명(31.4%)은 ‘혐의 없음’ 처분을 받았고 234명만이 기소돼 평균 기소율은 35.8%였다. 같은 기간 일반 국민의 전체 범죄 평균 기소유예율(12.2%)보다 3배 가까이 높아 공무원 범죄에 대한 검찰의 처분이 관대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소액 촌지 기소유예 많아

기소유예란 범죄 혐의는 인정되지만 죄의 경중이나 정황 등을 감안해 검사가 기소를 하지 않는 것. 뇌물수수 혐의와 관련해 불기소 처분을 받은 공무원 409명 중 49%가 혐의가 확인됐는데도 뇌물액수가 적거나 초범이라는 등의 이유로 기소되지 않았다. 대검찰청의 한 검사는 “뇌물수수 관련 기소유예율이 높은 것은 민원 담당 공무원들에게 건네진 소액 촌지에 대해 기소유예 처리하는 사례가 많은 것과도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뇌물수수 사건의 연평균 기소율도 2003년 53.7%에서 45.4%(2004년), 26.4%(2005년), 21.2%(2006년)로 계속 떨어지다 2007년에만 35.5%로 약간 올라갔다. 직권남용이나 직무유기 사건의 기소율은 조사기간 내내 한 자릿수를 넘지 않았다. 기소율이 가장 높았던 2003년에도 직권남용은 1.7%, 직무유기는 2.9%에 불과했다.

공무원의 정당한 직무범위를 해석하는 데 따르는 어려움과 뇌물 사건에 비해 증거 확보와 혐의 입증이 어렵다는 점이 이들 범죄의 기소율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성진 박사(범죄학)는 “공무원 비리가 적발되면 해임 등 징계를 받거나 공직을 그만둘 경우 형사적 처벌까지 하는 것을 이중처벌로 받아들이는 공직사회의 온정주의적 분위기 탓도 크다”고 지적했다.

○ ‘7급 공무원’ 비리 발생 많아

직무 관련 범죄의 직급별 발생 현황을 분석한 결과 중하위 직급에 비리가 집중돼 있다. 5년 동안 처분된 공무원 3672명 중 7급이 748명(20.3%)으로 비리 발생이 가장 많았고 6급 676명, 8급 528명, 5급 445명, 9급 236명, 4급 171명 순이었다.

6급과 7급에 직무 관련 비리가 많은 것은 공직사회에서 이들이 차지하는 위상과도 관계가 깊다. 주임이나 계장급으로 직무 경험도 많고 각종 인허가권 등 민원인에 대한 재량권이 크기 때문에 직무 관련 범죄 유혹도 많이 받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6급과 7급은 각각 ‘말단의 큰형님’과 ‘작은형님‘으로 불리기도 한다.

고위공무원인 1급은 8명, 2급은 37명, 3급 68명으로 하위직급에 비해 비리 발생 건수는 적었다. 하지만 상위직급으로 올라갈수록 직급별 정원이 줄어드는 것을 감안하면 절대 수치만 작을 뿐 고위직의 비리도 결코 적다고 볼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 감시 느슨한 지방직도 문제

소속 부처별로는 중앙 국가공무원보다는 지방공무원들의 비리가 많았다. 5년 동안 수뢰 관련 범죄 발생은 중앙공무원이 233명, 지방공무원이 358명으로 지방이 중앙보다 1.5배 정도 많았다. 지방자치제 실시로 지방공무원의 업무 권한이 커진 것과 선출직 자치단체장의 정실 인사 등이 비리 발생의 요인으로 꼽힌다.

중앙부처에서는 경찰청이 수뢰, 증뢰, 직권남용, 직무유기 전 부문에서 직무관련 범죄 발생 인원이 가장 많았다. 뇌물수수의 경우 경찰청이 54명으로 1위, 교육과학기술부가 부처 통합 이전 교육부(40명)와 과학기술부(3명)를 합쳐 43명으로 2위였다. 3위는 국세청(24명)이었다. 직무 성격상 대민 접촉 빈도가 높고 재량권이 많은 부처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한편 감사원, 국정원, 국정홍보처, 통계청, 통일부, 기상청, 농촌진흥청, 중소기업청은 해당 기간 직무관련 범죄로 검찰 처분을 받은 인원이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숭실대 강경근 교수(법학)는 “부처가 청렴하다기보다 대민(對民) 접촉 빈도가 낮거나 소관 업무의 성격이 전문행정적, 정무적 성격이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정열 기자 passi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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