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곯는 아이들 위해 50년을 한국에 바쳐…일가상 수상 산티아고 수녀

  • 입력 2007년 8월 30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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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같은 사람한테 무슨 상을 준다고….”

가나안농군학교 창설자인 일가(一家) 김용기(1912∼1988) 선생의 정신을 기려 제정한 제17회 일가상 사회공익 부문 수상자로 29일 선정된 필리핀 출신의 미켈라 산티아고(73) 수녀. 서울 성북구 보문동에서 필리핀 공동체를 운영하는 산티아고 수녀는 수상 사실을 주위 사람들에게 알리지도 않았다. 그는 “수녀원에는 그냥 토요일에 어디를 좀 다녀와야 한다고 말해 놨는데…”라며 쑥스러워했다.

6·25전쟁이 끝난 뒤 1957년 23세의 나이로 한국 땅을 밟은 산티아고 수녀는 50년을 가난한 이웃과 고아들, 병원 환자들, 이주 노동자들을 위해 바쳤다. “그때는 아무것도 없었어요. 한강다리도 없고, 전기도 없고, 물도 없고…영등포에서 보면 서울역과 반도호텔밖에 안 보였지요.”

산티아고 수녀는 영등포 빈민촌에서 배곯는 아이들을 위해 먹을거리를 장만하는 것이 큰일이었다. “먹을 것은 없는데 아이들은 울고, 영어는 나밖에 못하니 미군부대에서 빵이랑 우유를 얻어와 아이들을 먹였지요.” 영등포시립병원에서 환자들을 돌보는 것도 그의 일이었다.

세월이 흐르자 먹는 문제는 해결됐으나 급속한 산업화의 그늘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열악한 노동환경과 가난한 노동자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경남 마산으로 건너가 살레시오 노동자 기숙사에서 여공들을 위해 영어와 일본어, 타자 등을 가르쳤다.

1990년대 중반부터는 이주 노동자들 문제가 터져 나왔다. 산티아고 수녀는 이주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노동사목에 헌신했다. 하루 일과를 묻자 산티아고 수녀는 “아침부터 나와서 회사에 전화를 돌려 빈자리가 있나 알아보고, 필리핀 노동자들에게 길 가르쳐 주고, 퇴직금 신청하는 사람에게 절차를 알려 주고, 노동자들에게 사정이 생기면 회사에 전화해 주고 그런 일이지”라고 대답한다.

일가재단은 산티아고 수녀와 함께 농업 부문에 윤희진(62) 다비육종 대표를 수상자로 선정했다. 윤 대표는 양돈산업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윤영찬 기자 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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