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그리스 구하자” 각국 지원 물결

  • 동아일보
  • 입력 2007년 8월 28일 03시 03분



바람타고 불길 번져 총 63명 사망

화마로 뒤덮인 그리스를 돕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이 본격화되고 있다.

27일로 나흘째 계속되는 산불을 잡기 위해 현재까지 20대의 소방용 비행기와 19대의 헬리콥터, 4000여 명의 군인이 투입됐다.

유럽연합(EU) 소속 국가 등 모두 12개국이 소방 설비와 인력을 긴급 지원했다. 러시아는 화재진압용 헬리콥터 2대와 다목적 수륙양용 비행기를 파견했고, 프랑스는 화재진압용 항공기 4대와 소방대원 60명을 급파했다. 이스라엘과 스페인, 이탈리아, 독일, 스위스 등이 보낸 지원 인력은 현장에 이미 투입됐거나 곧 도착할 예정이다.

하지만 26일 하루에만 60여 곳에서 새로 화재가 발생한 데다 화염이 강한 바람과 함께 번지고 있어 불길은 쉽사리 잡히지 않고 있다. 사망자도 27일 현재 63명으로 늘어났다.

2800년의 역사를 지닌 고대 올림피아 유적지 일부도 위협을 받고 있으며 유적지 인근의 국제 올림픽 아카데미가 모두 불탔다. 다행히 올림피아 박물관은 피해를 보지 않았다. 올림피아의 기오르고스 아이도니스 시장은 “우리는 운이 좋았다. 현재로선 고대 올림피아는 위험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리스 당국은 방화범으로 추정되는 65세 남성과 다른 2명의 젊은 용의자를 체포해 조사 중이며 또 다른 용의자를 잡기 위해 최대 100만 유로(약 12억8000만 원)의 현상금을 내걸었다.

방화범을 테러범으로 간주해 처벌할 수 있을지 여부도 검토 중이다. 그리스의 반테러법을 적용할 경우 수사 및 처벌 수위를 높일 수 있다.

그리스에서는 삼림 개발을 금지한 법망을 피하기 위해 개발업자들이 산불을 위장해 불을 지르는 경우가 종종 적발되고 있다.

코스타스 카라만리스 총리는 “전국에서 이렇게 많은 산불이 우연히 일어날 수는 없다”며 “정부는 방화범을 체포해 처벌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화재는 정치 이슈로도 번질 조짐이다. 9월 16일 총선을 앞두고 정부의 무능함과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이 벌써부터 터져 나오고 있다. 총선 유세가 잠정 중단된 가운데 일부에서는 국가비상사태가 선포된 만큼 총선 일정을 연기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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