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6·25참전 안했더라면 한국인 폭압체제 살고 있을것”

  • 입력 2007년 8월 24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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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보라”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행정부 고위관리들이 지난해 중순부터 즐겨 사용해온 비유다. 미군의 희생이 오늘날 한국의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에 밑거름이 됐듯이 이라크에서 미군이 흘리는 피도 결국 결실을 가져올 것이란 논법이다.

하지만 그동안은 한두마디 걸치고 넘어가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이제는 이라크 철군론에 맞서 이념싸움을 벌이는 부시 행정부의 ‘핵심적 이론 병기’(兵器)로 자리잡는 느낌이다.

더 나아가 일본과의 태평양전쟁, 그리고 베트남전쟁도 이라크 전쟁 옹호를 위한 이론적 무기로 동원되기 시작했다. 이라크전과 베트남 전쟁을 연계시키는 것을 극도로 꺼려왔던 부시 대통령이 “위험천만한 수사학의 영역으로 대담하게 뛰어든 것”(워싱턴포스트의 표현)이다.

22일 미주리 주 캔자스시티에서 열린 미 해외참전용사회(VFW) 연례모임에서의 부시 대통령 연설은 작심하고 준비된 것이었다. 백악관은 이례적으로 하루전에 연설문 요약본을 배포했다. 예상대로 미국 주요 언론들과 민주당에선 반박이 나왔다. 다음은 연설 주요 대목.

▽한국의 경험= “미국이 한국전 참전을 결정했을때 비판론자들은 지금 (이라크전쟁에 대해) 그러하듯 ‘쓸데없는 전쟁에 군대를 보내선 안된다'며 비난했다. 좌파진영에서 I.F.스톤(미국의 탐사보도 언론인)은 침략자가 북한이 아니라 한국인 것처럼 주장했다. 우파에선 공화당도 흔들렸다. 전쟁기간내내 그들은 명확한 포지션이 없었다. 한 공화당 상원의원은 전쟁중이니 단결하자는 요청에 ‘끔찍한 실수를 국가적 단결이라는 외투로 포장하는걸 용납할수 없다’고 했다. 많은 언론들도 동의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는 미군의 희생이 가져온, 한반도의 한쪽편과 극명히 대조되는 결과물을 보고 있다. 미군의 참전, 그리고 전후 미국이 한국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지 않았다면 수많은 한국인들은 현재 잔인하고 폭압적인 체제 하에 살고 있을 것이다. 소련과 중국 공산주의자들은 ‘침략이 효과가 있다’는 (잘못된) 교훈을 배웠을 것이다. 세계는 더 위험한 상황에 처했을 것이다. 한국은 미국의 강력한 민주주의 동맹국으로서 한국군은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미군과 협력하고 있다다. 그리고 21세기 초입에 우리가 맞서고 있는 이념적 투쟁에서 미국은 영원한 동반자인 자유로운 한국 국민들에게 의지할 수 있다.”

▽태평양 전쟁= “어느 맑은날 아침, 수 천 명의 미국인들이 기습 공격으로 목숨을 잃고, 미국은 전쟁에 휘말려들어갔다. 우리를 공격한 적들은 자유를 멸시하고, 미국과 서방에 대한 적개심을 지니고 있었다. 내가 방금 얘기한 적은 알 카에다가 아니고, 그 공격은 9.11이 아니다. 방금 얘기한건 1940년대 일본 제국주의의 전쟁조직이고, 그들이 자행한 진주만 기습공격이며, 그들의 대동아제국 건설 기도다. 일본이 항복한뒤 많은 사람들은 일본을 민주주의 국가로 전환시킨다는 것은 현실을 모르는 지나치게 순진한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그들은일본의 문화는 내재적으로 민주주의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오늘의 일본은 전통을 유지하면서도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성공했다.

아시아의 발전의 교훈은 자유를 향한 열망은 거부될 수 없다는 점이다. 오늘날 역동적이고 희망찬 아시아는 우리에게도 무수한 혜택을 가져다주며, 이는 미국의 개입과 끈기가 없었다면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 극동에서 우리가 겪은 전쟁과 현재의 테러와의 전쟁엔 많은 차이가 있지만 한가지 핵심적인 공통점이 있다. 일본의 군국주의자와 한국과 베트남의 공산주의자들은 인간성을 통제할 수 있다는 무자비한 비전을 갖고 움직였다. 오늘날 장소와 이름은 바뀌었지만 투쟁의 근본적 구조는 변하지 않았다.

▽베트남 전쟁= 베트남에서 미군이 철수한뒤 캄보디아에선 수십만명이 기아와 고문, 처형으로 숨졌다. 베트남에선 공무원들과 지식인, 기업인들이 수용소에 보내졌고 수만명이 숨지고 수십만명이 보트를 타고 도망치다 수장(水葬)됐다. 이라크에서도 만약 미군이 너무 빨리 떠나버린다면 비슷한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야당과 언론 반응= 민주당의 존 케리 상원의원은 “베트남전 미군 전사자의 반 이상은 이미 정치인들이 미국의 전략이 작동하지 않음을 알고 난 이후 숨졌다”며 “역사에서 찾아야할 교훈은 수사를 바꾸는게 아니라 전략을 바꿔야 한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한 싱크탱크 연구원은 “한국전쟁 참전과 이라크 침공은 명분이나 도덕성에서 비교대상 조차 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워싱턴=이기홍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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