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 아프간 통신원 리포트]피랍자 석방협상 ‘라마단 변수’

  • 입력 2007년 8월 23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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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탈레반 무장세력에 억류 중인 한국인 인질 19명의 석방을 위한 한국 정부와 탈레반 측의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일각에서 ‘라마단 변수’가 거론되고 있다.

라마단 변수란 이슬람권이 연중 가장 신성한 기간으로 여기는 라마단을 전후해 아프간 정부가 사면 형식으로 탈레반 수감자 일부를 석방해 주는 대신 탈레반이 인질들을 풀어 주는 시나리오를 말한다.

9월 13일경부터 한 달간 지속되는 라마단 때 무슬림은 일출부터 일몰까지 금식을 한다. 특히 이 기간에는 복수와 질투, 탐욕이 금지되고 자비와 용서가 강조된다.

22일 본보 현지 통신원 아미눌라 칸(가명) 씨에 따르면 아프간 정부는 매년 라마단 때면 일부 수감자의 형기를 줄여 준다. 이에 따라 어떤 수감자는 일찍 풀려나기도 한다. 사실상 ‘라마단 특사’가 단행되는 것.

따라서 아프간 정부가 라마단을 계기로 사면을 하면서 그 대상에 탈레반 수감자를 끼워 넣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인질-수감자 맞교환’이라는 탈레반의 요구를 직접 들어 주는 형식은 피하면서도 한국 측을 실질적으로 도울 수 있다.

이에 대해 탈레반 측 대변인 카리 유수프 아마디는 21일 연합뉴스와의 간접 통화에서 “라마단 특사 안을 정부가 제안해 온다면 우리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칸 씨는 “탈레반 측이 사면에 포함될 수 있을 만한 수감자들로 명단을 바꿔 제시한다면 정부도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면서 “그런 식으로 양측이 명분을 챙기는 동안 한국과 탈레반 사이에선 몸값을 통한 협상이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한국 정부 관계자도 “라마단이 좋은 계기가 되리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프간 대통령궁의 하마이온 하미자다 대변인은 21일 연합뉴스와의 간접 통화에서 “사면 문제에 대해 말하기엔 라마단이 20일이나 남아 있어 이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인 인질 사태 해결을 위해 최근 외교부, 내무부, 국가안보부가 포함된 대통령 직속 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고 밝혔다.

탈레반의 또 다른 대변인인 자비훌라 무자히드는 21일 “이 사건이 지속되는 것에 우리도 지치고 있다. 문제가 빨리 해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고 일본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한편 22일 한때 아마디가 아프간군과의 교전 중에 중상을 당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러나 아프간이슬라믹프레스(AIP)는 이날 아마디와 통화한 뒤 “아마디가 21일 전투에 참가했다 교전 중 다리를 다쳤지만 가벼운 부상이며 괜찮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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