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노래들 듣고 눈치 채셨나요 외국인 작곡이라는 거

  • 입력 2007년 8월 22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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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해 발표된 파란의 ‘다섯 걸음’, ‘오버랩’, 장리인의 ‘Y’, 서지영의 ‘Out’, 보아의 ‘선샤인’, 테이의 ‘울지 말아요’부터 아직 발표되지 않은 동방신기의 ‘여행기’, ‘아름다운 날들’까지. 이 노래들의 공통점은?

바로 외국 작곡가들이 쓴 곡에 한국어 가사를 붙인 ‘한국인 작사, 외국인 작곡’이라는 점이다.

세븐의 경우는 1집부터 3집까지 여러 외국 작곡가가 참여했다. 디 케이의 ‘한 번 단 한 번’(1집), ‘러브스토리’(3집)를 비롯해 토드 머쇼의 ‘허니 아이 노우’(2집), 조이 카본 & 안소니 마자의 ‘위시 워시’(2집), ‘그 남자처럼’(3집), 조 호그의 ‘밤새도록’(3집) 등은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곡가들이 만든 노래들이다.

YG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외국 작곡가들에게 먼저 연락이 오면 제작자 측에서 작곡가의 이전 곡들을 모니터링한다”며 “곡이 가수의 콘셉트와 맞아떨어질 때 작곡가와 접촉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현상은 외국 곡을 번안하거나 유명 노래를 편곡만 하는 리메이크와 다르다.

한국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외국 작곡가에게서 곡을 ‘수혈’받는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 얼마 전에는 미국 작곡가와 국내 가수들을 중개하는 업체도 등장했다.

뮤직소스코리아는 외국 작곡가와 저작권 계약을 체결해 한국 실정에 맞는 곡들을 국내 음반 제작사에 공급하는 회사다. 현재 미국저작권협회에 소속된 작곡가 60여 명과 계약을 했다. 뮤직소스코리아 이은승 실장은 “제작자들은 신선한 음원을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공급받고 가수의 콘셉트에 맞게 변형을 가할 수 있어 효율적으로 음반을 제작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 “가요계 새 돌파구 될 것”

우선 창작의 밑천이 떨어진 국내 가요계의 현실이 음반 제작자들의 눈을 해외로 돌리게 했다는 분석이다.

음악평론가 김광한 씨는 “젊은이들의 변화된 취향에 맞출 수 있는 작곡가를 찾다 보니 아예 팝의 본고장으로 건너간 것”이라며 “너무 남발되는 리메이크는 한 번쯤 들어본 곡이라 신선하지 않고 베끼기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찾으려는 노력은 되레 늦은 감이 있다”고 말했다.

‘제작자는 망해도 작곡가는 안 망한다’는 말처럼 일부 스타 작곡가에게 몰린 가요계의 획일화된 패턴도 큰 요인. 음악평론가 임진모 씨는 “외국 작곡가들의 국내 진출은 천편일률적인 가요계에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 편곡 등 후작업 필요

아직까지 이러한 방식으로 만들어진 곡이 ‘뜬’ 적은 없다. 타이틀곡을 받쳐 주는 서브 곡으로 삽입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작곡가 박근태 씨는 “한국인의 정서에 맞게 편곡 등의 후작업이 필요해 적지 않은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가격경쟁력에서 별로 나을 것이 없다”며 “대형 기획사 중심으로 음반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사용할 뿐 해외 작곡가들의 러시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직까지 기획사에 의해 곡의 머릿수를 채우기 위한 단계에 머물고 있는 것도 과제다. 음악평론가 성우진 씨는 “단순히 앨범을 채우는 데 필요한 곡으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한국 가요의 외연을 확장하기 위해 외국 작곡가들을 좀 더 창조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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