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인증 안받은 中장난감 버젓이 유통

  • 입력 2007년 8월 20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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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장난감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부모들이 안전한 장난감을 고르는 데 비상이 걸렸다. 5일 서울 종로구 창신동 완구거리에서 아이와 함께 장난감을 사러 나온 시민이 한 가게에서 제품을 둘러보고 있다(사진은 기사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김미옥  기자
중국산 장난감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부모들이 안전한 장난감을 고르는 데 비상이 걸렸다. 5일 서울 종로구 창신동 완구거리에서 아이와 함께 장난감을 사러 나온 시민이 한 가게에서 제품을 둘러보고 있다(사진은 기사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김미옥 기자
《세계적으로 중국산 장난감의 안전성에 우려가 증폭되는 가운데 국내 안전검사기준인 자율안전확인(KPS) 인증을 받지 않은 중국산 장난감이 시중에 유통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본보 취재팀이 17일부터 19일까지 사흘간 서울 경기지역 완구매장 20곳을 취재한 결과 대표적인 완구 도매시장인 서울 종로구 창신동 완구거리에서 KPS 인증을 받지 않은 중국산 완구 5종이 판매되고 있었다.

KPS 인증을 받지 않은 것으로 밝혀진 제품은 Y사가 수입해 유통시킨 3종의 완구제품과 S사 및 D사의 제품 1종씩이다.》

지난해 개정된 품질경영 및 공산품안전관리법에 따르면 완구 제조·수입업자는 올해 3월 24일 이후 제조하거나 수입하는 모든 종류의 완구를 국가가 지정한 3곳의 시험기관에서 KPS 인증검사를 받아야 한다.

한편 산업자원부는 이번에 리콜 조치된 마텔사의 제품 5종이 국내에서 KPS 인증을 받은 것으로 밝혀짐에 따라 이들 제품이 어떤 경로로 국내 안전기준을 통과했는지 그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

국내 완구시장 규모는 연 7500억 원 수준. 이 중 중국산이 70∼80%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구멍 뚫린 안전시스템

18일 오후 종로구 창신동 완구거리. 1970년대 중반 이후 생겨난 이 거리는 현재 120여 곳의 완구·문구 도매상이 모여 있는 국내 최대 완구 상가.

본보 취재팀이 창신동 완구거리 15곳의 매장을 둘러 본 결과 3월 24일 이후 생산된 제품도 KPS 마크를 달지 않은 채 버젓이 팔리고 있었다.

취재팀이 5월에 생산된 장난감에 KPS 마크가 없는 것을 상가 주인에게 보여 주며 “불법이 아니냐”고 묻자 이들은 “유명 메이커 완구는 KPS 마크가 없어도 괜찮다”고 둘러댔다. 한 완구 도매상 사장은 “KPS 제도에 대해서는 알고 있지만 취급 제품이 워낙 많아 마크가 있는지 일일이 따져 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완구거리에 나온 부모들은 중국산 장난감에 대한 공포감은 갖고 있었지만 KPS 마크에 대해서는 거의 모르고 있었다.

주부 이명진(33·서울 용산구 서빙고동) 씨는 “돌잔치를 앞둔 딸의 장난감을 살 때마다 고민을 한다”며 “유명 브랜드 제품도 중국에서 생산된 것이어서 불안하다”고 말했다. 손자의 선물을 사기 위해 완구거리를 찾은 양모(54·인천 부평구) 씨는 “KS마크는 들어 봤어도 KPS 마크는 처음 들어 본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리콜된 제품이 한국 안전검사는 통과

장난감 제품에 대한 안전장치에 허점이 있음은 이번에 미국 회사가 리콜에 들어간 제품이 한국의 안전검사를 통과한 사실에서도 확인된다.

산자부 기술표준원은 14일 리콜이 결정된 세계적인 장난감 제조업체 마텔사의 제품이 2월 말 한국의 안전검사를 이미 통과한 사실을 확인하고 경위 파악에 나섰다.

최월령 기술표준원 안전관리팀장은 “리콜 된 장난감은 중국의 특정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이며 국내에 유통되고 있는 제품은 다른 공장에서 만들어졌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 제품은 국내에서도 리콜에 들어갔지만 여전히 팔리고 있었다.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한 완구점 매장에서 2006년 8월에 중국에서 제조된 마텔사의 장난감 ‘폴리 월드’(제품코드 J1681)가 진열돼 있는 것을 확인했다.

취재팀이 “리콜 제품이 아니냐”고 묻자 이 완구점 주인은 “이 제품은 리콜 대상 제품이 아니다”라며 “원래 7만 원인데 5만 원에 주겠다”고 말했다. 완구업계 관계자는 “소규모 점포에서는 리콜 된 장난감이라도 1, 2주일 지나면 슬쩍 다시 파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KPS 제도 시행 이전 제품에 대한 대책은 없어

미국에서 리콜에 들어간 장난감 5종류 모두 2006년 이전에 중국에서 만들어진 제품이다. 하지만 KPS 제도 실시 이전에 만들어진 장난감에 대해서는 국내에서는 아예 대책이 없다.

완구업계에서는 시중 장난감의 절반 정도가 3월 24일 이전에 제조·유통된 제품으로 보고 있다. 유통 중인 장난감의 절반이 정식 안전검사를 거치지 않은 셈이다. 일부 완구회사가 자가인증의 표시로 ‘검’ 마크를 달 뿐이다.

여정성 서울대 소비자아동학부 교수는 “안전마크는 최소한의 품질을 보증하는 표시인데 이마저 지켜지지 않고 유통되는 건 심각한 문제”라며 “장난감처럼 영세한 업체들이 제조·유통하는 경우가 많은 공산품일수록 해당 부처에서 철저한 단속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자율안전확인(KPS):

개정된 ‘품질경영 및 공산품안전관리법’에 따라 올해 3월 24일부터 운영하고 있는 완구 등의 공산품 안전관리제도. 제조업체들은 사전에 공인기관의 안전검사를 받아야 하며 인증마크 없이 장난감을 판매한 업자는 최고 900만 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을 받는다.

▼중국산 장난감 관련 사태 일지▼

― 6월 14일 미국 RC2사, 미국과 국내에서 중국산 납페인트 칠해진 ‘토마스와 친구들’ 10종 150만 개 리콜.

― 8월 1일 미국 마텔의 자회사 피 셔프라이스, 중국산 납페인트 칠해진 제품 83종, 약 100만 개 리콜.

― 8월 14일 마텔, 중국산 납페인트 칠해진 제품 및 자석이 느슨 하게 달린 제품 1863만6000여 개 추가 리콜. 한국 법인 마텔 코리아, 국내에 들여온 제품 1만4600여 개 리콜.

― 8월 15일 미국 환경보건센터, 미국 유아용품 및 장난감 판매업체 토이자러스 매장에서 판매 중인 중국산 비닐 턱받이에 사용된 페인트에서 납 성분이 과다 검출됐다고 발표.

※ 이 기사의 취재에는 본보 대학생 인턴기자 김혜진(24·연세대 경영학과 4년), 이지상(23·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3년), 임형균(22·KAIST 물리학과 4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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