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 검증 공방에 출렁거린 ‘1년 2개월 드라마’

  • 입력 2007년 8월 18일 03시 01분


코멘트
지난해 6월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각각 서울시장과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끝이 아니었다. 1년여 동안 치열하게 진행될 한나라당 경선 레이스의 시작이었다. 누구도 결말을 예상할 수 없는 한 편의 드라마가 시작된 것이다.

○ 출발에서 앞선 박근혜(2006년 6∼9월)

2004년 3월 23일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선출된 후 2년 3개월 동안 대표를 맡았던 박 전 대표에게 당과 당원은 ‘절대적인’ 지지를 보냈다. 대표직을 사임할 당시만 해도 박 전 대표의 ‘아성’을 무너뜨릴 사람은 아무도 없어 보였다. 지난해 6월 7일 리서치앤리서치(R&R)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은 30.1%였다. 반면 이 전 시장은 18.9%에 그쳤다.

박 전 대표의 ‘위력’은 그해 7월 11일 박 전 대표 후임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박 전 대표가 지지한 강재섭 후보가 이 전 시장이 지지한 이재오 후보를 따돌리고 당선된 것.

너무나 확실한 우군을 가졌다고 생각해서일까. 박 전 대표는 대표직에서 물러난 뒤 바로 대선 행보에 나서지 않았다. 세 규합도 하지 않고 선거캠프 사무실도 운영하지 않았다. 국회의원으로서 의정활동을 한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이 전 시장은 박 전 대표의 철옹성을 무너뜨리기 위해 한 발 먼저 움직여야 했다. 서울 종로구 견지동에 ‘안국포럼’이라는 선거캠프 사무실을 열었고, 서울시장 때부터 준비해 온 매머드급 정책자문단의 도움을 받아 ‘정책’을 승부수로 띄웠다.

○ 역전한 이명박(2006년 10∼12월)

이 전 시장이 추진력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기존 정치권과 차별화하면서 ‘한반도 대운하’와 각종 정책으로 승부수를 건 이 전 시장의 전략이 먹혀들기 시작한 것. 지난해 9월 29일 본보와 코리아리서치센터(KRC) 조사에서 이 전 시장은 24.0%의 지지율을 얻으면서 22.0% 지지를 얻은 박 전 대표를 앞서기 시작했다.

10월 들어 이 전 시장은 유럽으로 ‘운하 탐사’를 떠나면서 대운하를 전국적 이슈로 부각시키는 데 성공했다.

또 10월 북한의 핵실험이 이 전 시장에게 호재가 됐다. 위기상황에서 유권자들은 박 전 대표 대신 이 전 시장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이며 두 주자간 지지율 격차는 10%포인트 정도로 벌어지기 시작했다.

박 전 대표도 10월부터 본격적인 대선 행보에 나섰다. 10월 독일을 방문해 “당내 경선에 참여하겠다”고 출마 의사를 밝혔다. 11월에는 중국을 방문해 이 전 시장의 ‘대운하’에 맞서는 ‘열차페리’ 공약을 내놓았다. 강연정치도 본격화했다. 11월 초 ‘서초포럼’ 초청 강연에서 의원 25명과 함께 세를 과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전 시장의 ‘바람’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인 듯했다. 두 사람의 지지율 격차가 연말에는 20%포인트 가까이 벌어졌다.

○ 평행선 긋는 이명박과 박근혜(2007년 1∼5월)

올해 5월까지 경선 과정에서 크고 작은 사건들이 발생했지만 두 사람의 지지율 격차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한나라당을 탈당하고,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 사이 경선 룰에 대한 힘겨루기가 치열했던 시기다. 두 사람 사이 갈등으로 강재섭 대표의 사퇴와 한나라당 해체까지 거론되기도 했다.

또 이 전 시장에 대한 검증 및 네거티브 공세가 시작됐다. 이 전 시장의 전 비서 출신인 김유찬 씨가 이 전 시장의 선거법 위반과 범인 해외도피 등 각종 의혹을 제기하고 나선 것. 김 씨는 검찰 수사 결과 허위 주장으로 밝혀져 현재 구속된 상태다.

양 진영은 서울 여의도에 각각 공식 선거캠프 사무실을 열었고, 주자들은 공식 출마선언과 함께 세 확산에 총력전을 폈다.

○ 출렁거리는 지지율 격차(2007년 6월∼현재)

박 전 대표 캠프의 ‘뒷심’이 발휘됐다. 좀처럼 줄어들지 않을 것 같았던 20%포인트의 지지율 격차가 줄어들기 시작한 것이다. 박 전 대표 캠프는 이 전 시장에 대한 검증 총공세를 폈다. 이 전 시장의 ‘한반도 대운하’ 공약에 대한 검증이 본격화되면서 지지율은 출렁이기 시작했다. 여기에 서울 강남구 도곡동 땅을 비롯해 처남인 김재정 씨의 전국 각지 부동산 차명보유설, BBK의 투자사기사건 연루설, 위장전입 등 이 전 시장에 대한 각종 의혹들이 연일 제기됐다.

이 전 시장 캠프의 박형준 대변인은 “자체 조사와 언론에서 발표한 것을 종합한 결과 10%포인트 이상 격차로 승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박 전 대표 캠프의 허용범 공보특보는 “자체 조사 결과 선거인단의 경우 박 전 대표가 1%포인트 앞서고, 일반 국민 상대 조사에서도 격차가 1∼3%포인트 오차범위 내에 들어왔다”고 말했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 경선 남은 절차

1년여간 숨 가쁘게 달려온 한나라당 경선의 최종 승자는 20일 오후 4시 반 발표될 예정이다. 각 후보 진영은 19일 0시부터는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

대의원 4만6197명, 당원 6만9496명, 일반 국민(비당원) 6만9496명 등 전체 18만5189명의 선거인단은 19일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 전국 248개 투표소에서 투표한다.

주소지가 모두 서울인 후보들도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종로구청, 박근혜 전 대표는 강남구청, 홍준표 의원은 동대문구청, 원희룡 의원은 양천구청에서 각각 오전 이른 시간에 투표를 할 예정이다.

선거관리는 한나라당의 의뢰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대행한다. 선관위는 투표소당 7명 씩 모두 1736명의 선거 관리 요원을 투입해 투표의 원활한 진행을 담당한다.

투표가 끝나면 투표함은 선관위 직원, 경찰, 후보 측 참관인 1명씩이 동승한 차량을 이용해 16개 시도 선거관리위원회로 모았다가 개표 및 전당대회가 열리는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으로 옮길 예정이다. 각 캠프에서 파견된 10명의 참관인이 체조경기장에서 투표함을 지키며 밤을 새운다.

선거인단의 20%를 차지하는 여론조사는 19일 오후 1시부터 8시까지 전화면접 형태로 실시된다. 여론조사 기관인 리서치앤리서치(R&R), 동서리서치, 중앙리서치가 각각 2000명씩, 모두 6000명의 표본을 모은다. 상담원은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로 다음 네 사람 중 누구를 뽑는 게 좋다고 생각하십니까”라고 물은 뒤 후보의 이름을 나열한다. 공정한 조사를 위해 후보 4명의 이름은 순서를 바꿔 가며 부른다. 한 가지 문항에 대해 단 한 차례의 질문만 한다.

여론조사 결과는 대의원, 당원, 비당원 등 세 선거인단의 평균 유효투표율에 연동해 반영된다. 세 선거인단 평균 투표율이 100%라면 대의원 수와 같은 4만6197표가 반영되지만 투표율이 80%라면 3만6958표가 반영되며 지지율에 따라 표로 계산되어 각 후보에게 나눠진다.

개표 작업은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 주관으로 20일 낮 12시 반부터 시작된다. 개표는 서울 6개, 부산 2개 등 시도별로 몇 개 권역으로 나눠 총 34개로 묶어서 진행된다. 투표소별로 개표해 후보들의 지역별 득표 현황이 드러날 경우 내년 총선 공천 등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막고 대의원이나 당원들이 의원이나 당원협의회장의 영향을 덜 의식하고 소신껏 투표토록하기 위한 것이다.

20일 개표가 진행되는 동안 오후 1시 반부터 전당대회가 시작된다. 전당대회 참석자들은 ‘경선 파노라마 영상’ 방영, 대선주자 간의 ‘화합의 토크 한마당’, ‘아름다운 동행’ 서약식 등의 행사를 진행하며 개표 결과를 기다리게 된다. 한나라당은 오후 4시 반쯤 최종 개표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박관용 경선관리위원장이 대통령 후보를 공식 지명하고 당선자 수락 연설과 낙선자 후보들의 인사가 끝나면 한나라당의 치열했던 경선 레이스는 마침표를 찍는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