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 모신지 30년 “다음 세상선 친구 하자시네요”

  • 입력 2007년 8월 15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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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대 대성 회장(오른쪽)과 그의 운전사로 30년 이상 일해온 정홍 차량관리과장이 2000년 경남 거제시 외도해상공원 여행 때 친구처럼 다정한 모습으로 포즈를 취했다. 정 과장은 “핸들을 잡으면 회장님과 운전사의 관계로 돌아간다”고 말했다. 사진 제공 대성
김영대 대성 회장(오른쪽)과 그의 운전사로 30년 이상 일해온 정홍 차량관리과장이 2000년 경남 거제시 외도해상공원 여행 때 친구처럼 다정한 모습으로 포즈를 취했다. 정 과장은 “핸들을 잡으면 회장님과 운전사의 관계로 돌아간다”고 말했다. 사진 제공 대성
“우리 회장님요? 따뜻한 마음에 끌려 30년 이상 모시고 있습니다. 평소 친구처럼 툭 터놓고 대한다고 말씀하십니다. ‘다음 세상에서는 친구로 만나 함께 살자’면서 신앙생활을 권하셔서 요즘 독실한 크리스천으로 살고 있습니다.”

에너지·자원개발을 주력 사업으로 하는 대성의 정홍(65) 차량관리과장에게 ‘동갑내기 회장님’은 특별한 존재다. 1975년 당시 상무로 근무하던 김영대(65) 대성 회장의 운전사로 맺은 인연이 30년 이상 이어지고 있다.

정 과장은 최근 펴낸 ‘네 바퀴의 행복’이라는 자서전에서 ‘요로결석으로 회사에 나오지 못할 때 김 회장이 집까지 찾아와 병에 도움이 된다며 맥주 한 박스와 봉투를 내밀고 간 일화’ 등 김 회장과의 잊지 못할 ‘30년 우정’을 털어놨다.

“1997년 외환위기 때 정년을 맞았습니다. 회사를 그만두게 될까봐 앞이 캄캄했습니다. 회장님이 ‘정홍 씨는 그대로 일하게 하라’고 배려해 준 덕분에 지금까지 모실 수 있었습니다.”

정년을 넘겨 퇴직금을 받고도 다시 회사로 출근해 김 회장의 운전사로 일할 수 있었다.

“나이가 같다 보니 회갑도 같은 해였습니다. 회장님이 호주로 회갑 여행을 다녀오라고 경비를 대주셨고, 회장님과 하루 차이로 회갑여행을 떠나기도 했습니다.”

김 회장은 그를 ‘정홍 씨’라고 부른다고 했다. 호텔 등에서도 ‘운전사’라는 말보다 ‘우리 정홍 씨를 불러 달라’고 한다고 정 과장은 전했다.

그가 지켜본 김 회장은 부하직원에게도 존댓말을 쓰는 겸손한 최고경영자(CEO)다. ‘옷이 해질 때까지 입을 정도로 검소하고 인연을 맺으면 끊을 줄 모르는 분’이라고도 했다.

정 과장은 “처음엔 재벌 2세에 동갑이라서 어렵게만 느껴졌다”며 “요즘은 서로 건강을 걱정해 줄 정도로 마음이 끌리기 때문에 성심성의껏 모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차에 회사제품을 소개하는 카탈로그를 넣고 다닌다. ‘우리 회사’와 ‘우리 회장님’을 위해서다.

‘회장님’과 ‘운전사’로 만난 인연은 대를 이어 전해지고 있다. 정 과장의 1남 3녀 중 셋째 딸 종숙(34·대성산업 해외사업부 대리) 씨와 아들 재영(30·대성산업 석유사업부 사원) 씨도 ‘대성가족’이다.

박용 기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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