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자원개발을 주력 사업으로 하는 대성의 정홍(65) 차량관리과장에게 ‘동갑내기 회장님’은 특별한 존재다. 1975년 당시 상무로 근무하던 김영대(65) 대성 회장의 운전사로 맺은 인연이 30년 이상 이어지고 있다.
정 과장은 최근 펴낸 ‘네 바퀴의 행복’이라는 자서전에서 ‘요로결석으로 회사에 나오지 못할 때 김 회장이 집까지 찾아와 병에 도움이 된다며 맥주 한 박스와 봉투를 내밀고 간 일화’ 등 김 회장과의 잊지 못할 ‘30년 우정’을 털어놨다.
“1997년 외환위기 때 정년을 맞았습니다. 회사를 그만두게 될까봐 앞이 캄캄했습니다. 회장님이 ‘정홍 씨는 그대로 일하게 하라’고 배려해 준 덕분에 지금까지 모실 수 있었습니다.”
정년을 넘겨 퇴직금을 받고도 다시 회사로 출근해 김 회장의 운전사로 일할 수 있었다.
“나이가 같다 보니 회갑도 같은 해였습니다. 회장님이 호주로 회갑 여행을 다녀오라고 경비를 대주셨고, 회장님과 하루 차이로 회갑여행을 떠나기도 했습니다.”
김 회장은 그를 ‘정홍 씨’라고 부른다고 했다. 호텔 등에서도 ‘운전사’라는 말보다 ‘우리 정홍 씨를 불러 달라’고 한다고 정 과장은 전했다.
그가 지켜본 김 회장은 부하직원에게도 존댓말을 쓰는 겸손한 최고경영자(CEO)다. ‘옷이 해질 때까지 입을 정도로 검소하고 인연을 맺으면 끊을 줄 모르는 분’이라고도 했다.
정 과장은 “처음엔 재벌 2세에 동갑이라서 어렵게만 느껴졌다”며 “요즘은 서로 건강을 걱정해 줄 정도로 마음이 끌리기 때문에 성심성의껏 모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차에 회사제품을 소개하는 카탈로그를 넣고 다닌다. ‘우리 회사’와 ‘우리 회장님’을 위해서다.
‘회장님’과 ‘운전사’로 만난 인연은 대를 이어 전해지고 있다. 정 과장의 1남 3녀 중 셋째 딸 종숙(34·대성산업 해외사업부 대리) 씨와 아들 재영(30·대성산업 석유사업부 사원) 씨도 ‘대성가족’이다.
박용 기자 parky@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