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고 싶거든 ‘첫인상 흥행법칙’을 알라

  • 입력 2007년 8월 15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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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인상 5초의 법칙’이란 책이 있다. 처음 본 5초가 평생 그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작용한다는 뜻이다. 첫출발은 그만큼 중요하다.

문화 상품도 첫인상으로 결정되는 흥행의 법칙이 있다. 음악 영화 드라마 연극 책 뮤지컬 등이 출시 3일부터 30일 사이의 초반 장세에 따라 대박과 쪽박의 길이 엇갈린다. 장르별로 제작자가 ‘가장 잠 못 이루는 이 시기’를 알아봤다.

3일

음반은 출시 3일 만에 결판난다. 음반을 발표한 지 2, 3일 안에 인터넷 순위에 오르지 않으면 음반사는 실망에 빠지기 시작한다. 올해 상반기 양파 아이비 MC몽은 새 음반 발매 하루 만에 온라인 차트에서 앨범 전곡이 100위 안에 들었다. “그 정도 강력한 출발이면 오프라인 판매에서도 3개월 이상 인기가 이어진다.”(교보문고 음반팀 정주원 파트장)

이 때문에 액세서리를 끼워 팔거나 순위 올리기 아르바이트도 고용한다. A 기획사 측은 “100여 석이 있는 PC방을 통째로 빌린 뒤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 24시간 내내 같은 노래를 클릭하도록 해 인터넷 순위를 올렸다”고 털어놨다.

4일

영화의 흥행은 개봉 첫 주말 관객에 좌우된다. 요즘은 목요일 개봉이 늘어나는 추세여서 일요일까지 ‘첫 4일 관객’이 흥행의 가늠자가 된다.

김태성 쇼박스 홍보부장은 “곱하기 2 또는 3의 법칙이 있다”고 말했다. 개봉한 지 첫 4일 관객에 2나 3을 곱해 나온 숫자를 전체 관객 동원 수로 예상한다는 것이다. 규모가 작은 영화는 2, 블록버스터는 3을 곱한다.

그러나 ‘괴물’은 예외적인 사례다. 괴물의 첫 4일 관객은 263만여 명이었다. 나중에 총 관객수가 1300만 명을 넘었으니 3을 곱해도 모자란다. 김 부장은 “200만 명을 넘으면 곱하기가 5로 바뀐다”고 말했다. 이렇게 보면 수요일에 개봉하긴 했지만 첫 주 295만여 명을 동원한 ‘디 워’는 1300만 명을 돌파할 것이라는 예측도 가능하다. 곱하기 5를 하면 1500만 명에 다가선다.

7일

드라마의 경우에는 의견이 엇갈린다. “대박(시청률 40%)은 첫 회에 안다”는 말도 있고 2주까지는 봐야 한다는 주장도 팽팽하다. 주말 드라마나 사극은 한 달은 지켜봐야 판가름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도 초반 일주일이 흥행 토대를 다지는 데 비중이 크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KBS 고영탁 드라마 1팀장은 “1회 방영 뒤 7일 동안 시청률의 80%가 결정된다”고 말했다.

첫 주 시청률을 잡기 위해 인상 깊은 장면을 배치하는 경우가 늘어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 방영 중인 MBC ‘개와 늑대의 시간’은 첫 장면을 주인공의 총격신으로 시작했다. 아역 시절의 지루함을 피하기 위한 구성이었다. ‘커피프린스 1호점’은 윤은혜의 오토바이 질주로 눈길을 끌었다. SBS ‘내 남자의 여자’의 남녀 애정 묘사처럼 선정적인 장면도 자주 이용된다.

특히 한국 드라마에는 “2부작 법칙이 있다”(MBC홍보부 드라마담당 김소정 씨)는 분석도 있다. 매주 2편씩 방영되기 때문에 ‘한 회 사건 발생+다음 회 문제 해결’의 식이다. 그리고 두 번째 방영분 말미에 다음 주 내용을 궁금하게 만드는 복선을 깐다는 것이다.

14일

책과 뮤지컬의 흥행을 판단하는 기간은 초반 2주다. 다른 장르에 비해 비교적 긴 편이지만, 주기는 더 잘 지켜진다.

책은 소설이든 비소설이든 14일 안에 판가름난다. 출판사 ‘위즈덤하우스’의 신민식 이사는 “출판사 규모 등에 따라 다르지만 2주 안에 ‘입질’이 없으면 스테디셀러도 어렵다”고 말했다.

소설이나 자기계발서는 2만∼3만 부가 베스트셀러의 기준이지만, 인문학은 7000부만 넘어도 성공으로 친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임진택 출판팀장은 “예전에는 판단 주기가 1∼3개월이었으나 출간되는 책이 늘고 인터넷 영향이 거세지면서 짧아졌다”고 말했다.

뮤지컬의 경우에는 이 기간에 ‘마니아’ 팬의 활약에 크게 좌우된다. 먼저 공연을 본 열성 팬들이 입소문을 내야 관객들이 움직이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뮤지컬 전문지 ‘더 뮤지컬’의 박병성 편집장은 “뮤지컬에서는 첫 2주를 ‘마니아의 의견 공유’ 기간으로 본다”고 말했다.

30일

뮤지컬을 제외하고 연극 등 장기 공연의 경우에는 ‘한 달’을 판가름 시기로 본다. 흥행의 요건 중 하나인 입소문이 확산되기까지 그 정도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특히 소극장 공연은 입소문 의존도가 높다. 공연기획사 ‘악어컴퍼니’의 최보규 공연사업부 본부장은 “한 달만 하고 내린 뒤 입소문 타기를 기다렸다가 다시 공연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형 공연의 경우 홍보 마케팅에도 큰 비중을 두기 때문에 1, 2주 만에 결판나기도 한다. 공연기획사 ‘모아엔터테인먼트’의 김지영 실장은 “예산을 많이 들인 대형 공연이 바로 효과를 보는 편”이라고 말했다. 스타나 연기력이 검증된 배우가 출연한 경우는 1, 2주 만에도 감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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