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자극하지 말자”…을지연습 한국軍 단독훈련 연기

  • 입력 2007년 8월 14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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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군 당국은 13일 제2차 남북 정상회담을 고려해 을지포커스렌즈(UFL) 연습 기간에 실시하기로 했던 한국군 기동훈련인 ‘화랑훈련’과 정부의 ‘충무훈련’을 정상회담 이후로 연기하기로 했다.

한미 합동으로 이뤄지는 UFL 연습은 예정대로 20일부터 31일까지 실시된다. 다만 이번 결정에 따라 올해 UFL 연습은 군이 야외에서 실시하는 실제 훈련이 전혀 없는 순수한 ‘컴퓨터 워 게임(war game)’ 형태로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왜 연기했나=정부의 군사훈련 연기는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측을 자극하지 않기 위한 ‘배려’로 해석된다.

UFL 연습을 줄곧 비난해 온 북한은 정상회담 개최 합의가 발표된 이후에도 UFL 연습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북측은 10일 판문점 군사정전위원회 사무실에서 열린 북-미 간 대령급 접촉에서 “UFL 연습은 대규모 침략전쟁 준비인 만큼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내용의 조선인민군 판문점대표부 성명을 미군 측에 전달했다.

남측이 1차 준비접촉 날짜로 제시했던 13일을 북측이 사실상 거부했던 것도 UFL 연습에 대한 항의 표시라는 해석도 나왔다.

하지만 한미 연례 군사훈련인 UFL 연습은 사전에 양국 합의로 일정이 확정돼 한국 정부가 일정을 조정하는 것이 쉽지 않다. 미군은 최소 한 달 전부터 UFL 연습을 위한 사전 준비를 한다.

이 때문에 정부는 사실상 불가능한 UFL 연습의 연기 또는 취소 대신 한국 정부가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는 ‘화랑훈련’과 ‘충무훈련’ 연기라는 카드를 꺼낸 것으로 보인다.

▽UFL 연습 어떻게 되나=한반도 유사시 한미 연합군의 작전 협조 절차를 숙지하기 위해 실시하는 UFL 연습은 일종의 전쟁 연습이다.

병력과 장비의 투입을 최소화하고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활용한다. 하지만 후방지역에서는 주요 시설 방호, 피해 복구 등 군 병력의 야외 훈련도 일부 포함된다.

군 당국은 훈련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통상 봄과 가을에 실시하던 군단급 기동훈련인 ‘화랑훈련’을 올해부터 UFL 연습과 병행해 실시하려다가 일단 연기한 것.

군 관계자는 “계획했던 화랑훈련과 함께 통상 UFL 연습에 포함됐던 후방지역에서의 제한적인 야외 훈련도 모두 연기됐다”고 말했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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