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이 작품(‘늙은 여인’)이 한때는 ‘모나리자’보다 더 인기가 높았다는군요.”
“정말요?”
서울 덕수궁 국립현대미술관 분관에서 열리는 ‘비엔나미술사박물관전’(국립현대미술관 동아일보사 등 공동 주최)을 찾은 관람객이 10일 10만 명을 넘어섰다. 이는 6월 26일 개막된 이래 39일 만의 기록이다. 주중 하루 평균 3000여 명, 주말에는 하루 4000여 명의 관람객이 찾고 있다.(월요일 휴관)
이 전시에선 오스트리아 비엔나미술사박물관이 소장한 7000여 점 중 렘브란트, 루벤스, 벨라스케스, 반다이크, 티치아노 등 16∼18세기 르네상스와 바로크 미술 거장들의 그림 64점을 선보이고 있다.
이번 전시를 통해 가장 두드러진 관람 풍경은 전공자도 아닌, 보통 사람들이 자기 방식대로 유럽 미술을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점. 미술관 측에 따르면 관람객들은 설명문이 없는 일부 작품 앞에서도 자신의 느낌을 당당하게 말하고 다소 엉뚱하지만 자기 식대로 해석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는 것. 특히 가족 관람객이 크게 늘어나면서 명화 앞에서 삼삼오오 모여 즉석 감상평을 나누는 풍경을 자주 볼 수 있다.
김인혜 학예연구사는 “아마추어 관람객의 해설을 옆에서 듣다 보면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유럽 근대 미술을 이렇게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는 것은 국내 미술 관람 문화의 새로운 변화”라고 설명했다.
‘사과 깎는 여인’(헤라르트 테르 보르흐 작·1660년경), ‘수호신들에 둘러싸인 아우로라’(체코 브라보 작·17세기 중반), ‘시빌레’(조반니 안드레아 시라니 작·17세기 중반) 등도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작품들. 이들 역시 예상 밖의 뜨거운 호응을 받고 있다. 이는 우리가 잘 몰랐던 미지의 작품에 대한 관람객들의 호기심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미술계는 작가나 작품의 명성에 휩쓸리지 않고 스스로 취향에 맞는 작품을 적극적으로 즐기는 모습이야말로 미술 관람 문화에 의미 있는 변화이자 성과라고 평가하고 있다.
전시는 9월 30일까지. 초등학생 7000원, 청소년 9000원, 어른 1만2000원. 02-2020-0600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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