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누더기 신당보다 차라리 열린우리당이 낫다

  • 입력 2007년 8월 5일 23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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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범여권이 대선용으로 급조한 대통합민주신당이 어제 창당대회를 열었다. 지난달 24일 창당준비위원회가 발족한 지 12일 만에, 그야말로 속전속결로 대충 골격만 갖춘 임시 건물을 지은 것이다. 기초가 튼튼하지 못한 데다 여기저기서 낡은 자재를 끌어다 날림으로 누더기 건물을 짓다 보니 준공 첫날부터 삐걱대는 소리가 요란했다.

당 대표를 창당대회 직전에야 겨우 결정한 것부터가 코미디 같다. 진통 끝에 시민사회 진영에서 참여한 오충일 목사를 대표로 뽑긴 했지만 ‘도로 열린우리당’ 이미지를 희석하기 위한 고육책에 불과하다. 85명의 소속 의원 중 80명이 열린우리당 출신이고 오 대표를 비롯해 시민사회 진영에서 참여한 인사 상당수도 친여권이어서 간판만 바뀌었을 뿐 열린우리당 색깔은 그대로 남아 있다.

민주신당이 창당대회 말미에 열린우리당과 ‘당 대 당’ 통합을 추진하기로 결의했지만 그 자체도 졸속에 지나지 않는다. 열린우리당 소속 대선주자들이 합당을 요구하며 창당대회에 불참하는 ‘몽니’를 부리자 마지못해 ‘민주당 배제’를 각오하고 결의한 것이다. 열린우리당 잔류 의원 58명까지 모두 신당에 합세한다면 열린우리당의 ‘헤쳐 모여’와 다를 바가 하나도 없다. 이러고서도 ‘대통합’ 운운하니 우습지 않은가.

오 대표는 어제 수락연설에서 “50년 전통의 민주평화세력과 시민사회 제(諸) 세력이 새로운 대한민국의 미래를 창조할 세력으로 탄생했다”고 했다. 말인즉 그럴듯하지만, 정당으로서의 뚜렷한 명분도 이념도 없으니 ‘잡탕 결합체’의 탄생에 지나지 않는다. 유일한 명분이라면 정권 재창출을 노린 ‘반(反)한나라당 세력 결집’뿐이다. 열린우리당은 비록 실패했지만 정치 개혁과 지역주의 타파라는 그럴듯한 목표라도 내걸고 시작했으니 그나마 명분 면에서 신당보다 나은 편이다.

민주신당이 당헌의 상당 부분을 열린우리당 것을 베낀 것만 보더라도 그 정체성과 질적 수준을 가늠할 수 있다. 이런 식의 대통합 놀음으로 국민의 눈을 속일 바에야 차라리 열린우리당이 과거에 대한 반성과 더불어 다시 국민의 심판을 받겠다고 나서는 것이 떳떳할 성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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