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정부는 ‘미국 책임론’은 사태 해결에 도움이 안 될 뿐 아니라 반미 기류가 형성될 경우 국론을 분열시킬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경계했다.
▽범여권, ‘미국 역할론’ 목청=범여권 정치인들은 이번 사태 해결을 위한 미국의 결단을 촉구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이날 주한 미국대사관을 통해 “한미동맹 우방으로서 납치된 한국인의 석방을 위해 함께 고민하고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에게 보냈다. 김 전 대통령은 주한 아프가니스탄대사관을 통해 하미드 카르자이 대통령에게도 서한을 전달했다.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도 이날 “남아 있는 21명이 모두 미국인이라 생각하시고, 미국인을 구한다는 시각에서 구체적 해결책을 찾아 주시기를 호소 드린다”는 내용의 공개서한을 부시 대통령에게 보냈다.
우상호 조정식 최재성 등 범여권 의원 33명은 이날 성명을 내고 “미국이 이라크에서 납치된 자국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수감자와 맞교환했던 사례는 우리 국민에게도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해찬 전 국무총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아프간 사태는 반미와는 관계가 없다. 이런 일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려는 것은 비인도적”이라고 말했다.
▽‘美 수수방관’ vs ‘반미감정 자제’=이날 인터넷 포털 사이트 등에서는 ‘해결의 실마리는 미국이 쥐고 있는데 미국이 수수방관한다’는 비난과 ‘우방 관계를 이용해야 하지만 무턱대고 비난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했다.
누리꾼 ‘개구리왕눈이’는 “국내 반대 여론에도 미국의 강력한 요구로 한국군을 파병했지만 이제 미국은 ‘나 몰라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누리꾼 ‘헐크’는 “만약 자국민이 피랍됐어도 미 정부가 이 문제를 소홀하게 취급할 것인지 묻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누리꾼 ‘hush puppy’는 “미국이 왜 나서야 하냐. 미국에서 같은 문제가 발생한다면 한국 정부가 도와줄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누리꾼 ‘군대스리가’도 “테러와의 협상은 없다”며 원칙론을 고수했다.
대학생 김혜미(25·여) 씨는 “미국 역할론은 명분이 없다”며 “탈레반의 요구를 들어주면 학습효과가 생겨 이후 더 많은 피해자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미국 책임론’ 경계=정부는 일각에서 일고 있는 ‘미국 책임론’은 피랍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태도를 분명히 했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번 사태 해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프간 정부”라며 “‘다른 나라’의 역할을 과도하게 설정하는 것은 관련 당사자들의 협력을 이끌어 내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천 대변인은 “정부는 미국을 포함한 관련국에 적극적이고 유연한 대처를 요구하고 있지만 이들이 아프간 정부보다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분명히 밝혔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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