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에 만나는 시]조오현/‘아득한 성자’

  • 입력 2007년 8월 3일 03시 01분


코멘트
《하루라는 오늘

오늘이라는 이 하루에

뜨는 해도 다 보고

지는 해도 다 보았다고

더 이상 더 볼 것 없다고

알 까고 죽는 하루살이 떼

죽을 때가 지났는데도

나는 살아 있지만

그 어느 날 그 하루도 산 것 같지 않고 보면

천 년을 산다고 해도

성자는

아득한 하루살이 떼

―시집 ‘아득한 성자’(시학) 중에서》

우리네 하루살이 인생도 하루살이 나름이지요. 하루를 천 년같이 산 하루살이가 있는가 하면, 하루를 반나절만도 못하게 산 하루살이도 있지요. 하루 동안 같은 하늘을 엉기다 스러지지만 성자 같은 하루살이도 있고, 속물 같은 하루살이도 있고말고요. 하지만 우리는 모두 하루살이 떼지요. 하루살이가 모두 하루살이인 것처럼 저희 눈엔 사람도 모두 사람처럼만 보이는걸요. 죽을 때가 지났는데도 살아 있는 생명은 없지요. 살아서 죽을 때까지가 살 때이지요. 하루살이 하루도, 거북이 천 년도 그저 한평생이지요.

시인 반칠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