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신화로 풀어본 5色캐릭터…‘내 남자의 女子’

  • 입력 2007년 5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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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드라마 ‘내 남자의 여자’(월 화요일 오후 9시 55분)의 시청률이 29일 33.2%(AGB닐슨미디어)를 기록하며 시청률 순위 정상을 달리고 있다. 이 드라마의 인기 비결은 불륜을 다루면서도 주요 인물 5명의 차별화된 캐릭터와 배우들의 연기. 이들 캐릭터를 그리스신화의 주인공에 비유해 유형화했다. 이들을 보는 결혼한 지 10년이 넘은 남편과 아내들의 속내도 들어 봤다.》

▽헤라… ‘완전 화끈’ 하유미▽

극중 은수는 완벽주의 주부다. 살림 솜씨도 탁월하며 내조와 자녀 뒷바라지에도 적극적이다. 꾸준한 운동으로 40대에도 글래머 몸매를 유지한다. 가족 관계를 주도하며 말보다 행동이 앞선다. 상습적으로 바람을 피우는 남편을 때려서 버릇을 고칠지언정 현실적인 이유로 이혼할 생각은 없다. 그리스신화에서 헤라는 가정의 여신. 결혼을 파괴하는 자를 엄벌한다. 남편 제우스가 ‘바람돌이’여서 늘 감시하고 구박하는 점도 이 드라마에서 닮았다.

△결혼한 지 11년 된 주부 정모(38) 씨는 “은수처럼 할 말 다 하고 격투기에도 능한 해결사 언니가 있으면 좋겠다”며 “매회 ‘오늘은 또 어떤 속 시원한 말을 할까’ 기대된다”고 말했다.

▽제우스… ‘호색 쾌남’ 김병세▽

달삼은 성공한 사업가다. 주식과 부동산 투자 등 경제적 능력이 탁월하다. 밖에서는 ‘사장님’으로 대접받고 취미생활을 즐기지만 집 안에서는 싹싹한 남편과 아버지다. ‘바람돌이’라는 별명처럼 아내 몰래 종종 바람을 피우지만 ‘몸은 주되 마음은 조강지처뿐’인 스타일. 그는 제우스를 연상시킨다. 최고의 신으로 군림하며 전지전능함을 과시하지만 아내인 헤라에게 꼼짝 못하면서도 수많은 여신과 염문을 뿌리는 점이 흡사하다.

△결혼한 지 10년 된 회사원 김모(43) 씨는 “친구 중에도 능력 있고 바람기가 심한 이들이 달삼처럼 가족을 더 챙긴다”며 “솔직히 모든 중년 남자가 부러워하는 모델이 아니겠느냐”고 했다.

▽아리아드네… ‘답답 칠득’ 배종옥▽

지수는 남편과 아들을 먼저 챙기는 ‘희생녀’다. 자기계발에도 소홀하고 20년간 남편만 믿고 살아왔다. 친구와 남편의 불륜을 눈치 못 챌 정도로 둔한 ‘칠득이’다. 일방적으로 섹스를 거부하는 남편에게도 소극적으로만 대응할 뿐이다. 남편과 친구에게 배신당하면서도 두 사람을 간통죄로 고소할 강심장도 못된다.아리아드네는 크레타 왕국의 순정파 공주. 크레타 왕국을 멸망시키려는 아테네 왕자를 사랑한 아리아드네는 가족을 배신하고 왕자의 탈출을 돕지만 외딴섬에 버림받는다.

△결혼한 지 17년 된 주부 박모(43) 씨는 “남편을 믿는 마음은 모든 아내의 공통점”이라며 “바보 같지만 남편 그늘 속에 살던 여자니까 그런 모습이 오히려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에피메테우스…‘감성 충동’ 김상중▽

준표는 공부 말고는 잘하는 게 거의 없는 교수. 가족에게 무관심하며 돈 많은 부모 덕에 풍족하다. 아내 친구와의 불륜이 발각됐는데도 ‘사랑’ 운운할 정도로 충동적이다. 주변 정리를 못해 부모에게서 인정받지 못하고 내연녀와의 사이에도 불화가 생기며 전처에게 스스럼없이 가서 밥을 먹을 정도다.

에피메테우스는 ‘나중에 생각하는 자’라는 뜻으로 분별력이 없다. 제우스가 판도라와 상자를 보내자 “거절하라”는 형(프로메테우스)의 충고를 무시하고 판도라의 미모에 반해 결혼하는 사고를 친다.

△결혼한 지 22년 된 기업체 간부 최모(47) 씨는 “사리분별력이 거의 없는 준표는 남자로서 부끄러운 캐릭터”라고 말했다.

▽판도라…‘나만 소중’ 김희애▽

화영은 자신의 사랑과 욕망을 위해 친구의 남편을 빼앗고도 당당하다. 매력적이며 의사의 능력도 지녔지만 이기적이다. 자기 욕망만 추구하다 주위 사람들에게 상처를 준다. 스스로 ‘색정녀’라고 할 만큼 이성보다 충동적 감정이 앞서는 점은 준표와 비슷하다. 그리스신화에서 판도라는 여러 신에게서 지혜와 아름다운 외모를 부여받는다. 그러나 호기심을 주체하지 못해 금단의 상자를 열어젖혀 슬픔 증오 전쟁 등 재앙의 비를 뿌린다.

△결혼한 지 10년 된 강모(38) 씨는 “중년 여자의 굴레를 과감히 벗어던진 화영의 용기는 가상하지만 이기적이어서 준표가 돈이 떨어지면 떠날 것”이라며 “아내의 처지에서 보면 갈수록 밥 먹는 모습조차 얄밉다”고 말했다.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

‘내 남자의 女子, 그리스신화로 풀어본 5色 캐릭터’ 기사 중 ‘아드리아네’는 ‘아리아드네’의 오기이기에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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