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통령 5.18 기념사 연설 요지

  • 입력 2007년 5월 18일 11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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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18일 5.18 민주화운동기념사를 통해 최근 정치권에서 일고 있는 '민주화 세력 무능론'과 지역주의 부활 조짐 등 두 가지 문제를 거론하며 정면에서 비판했다.

전자(前者)는 한나라당 등 보수 정치세력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는 "참여정부가 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10년 진보정권이 나라를 망쳤다"는 주장을 반박한 것이고, 후자(後者)는 범여권의 통합신당 추진과정에서 제기되는 지역주의 연대론을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음은 두 가지 주제에 대한 노 대통령의 발언 요지.

◇민주세력 무능론 반박

"요즈음 다시 민주주의의 역사를 냉소하고 비방하는 사람들이 있다. 민주세력이 무능하다거나 실패했다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다. 민주세력임을 자처하는 사람들 중에도 그런 사람들이 있으니 참으로 민망하기 짝이 없다.

그들에게 묻고 싶다. 이 나라 민주세력이 누구보다 무능하다는 말이냐. 언제와 비교해서 실패했다는 말이냐. 군사독재가 유능하고 성공했다고 말하고 싶은 것이냐.

민주세력은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외교안보 모든 면에서 87년 이전과는 뚜렷이 구분되는 새로운 대한민국의 역사를 쓰고 있다.

독재 정권을 퇴장시키고 민주주의 시대를 활짝 열었다. 약 10년간 정권의 성격을 말하기 어려웠던 과도기가 있었지만, 우리는 97년 마침내 완벽한 정권교체를 이뤄냈다. 독재체제에서 구축된 특권과 반칙, 권위주의 문화를 청산했다. 정경유착과 권력형 부패의 고리를 끊어냈다. 권력기관은 제자리로 돌려 보내고, 권력과 언론의 관계도 다시 정리하고 있다. 더 이상 유착은 없을 것이다.

과거사 정리로 역사의 대의를 바로 잡고 있다.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로 가고 있다. 국민들은 자유와 인권을 누리고 창의를 꽃피우고 있다. 진정한 국민 주권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군사정권의 경제 성과를 굳이 깎아 내리지 않겠다. 그러나 군사정권의 업적은 부당하게 남의 기회를 박탈하여 이룬 것이다. 그리고 그 업적이 독재가 아니고는 불가능한 업적이었다는 논리는 증명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런 논리는 우리 국민의 역량을 무시하는 것이다.

실제로 87년 민주화 이후부터 우리 경제는 체질을 전환하기 시작했다. 자유와 창의가 꽃피는 사회,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라야 의욕 넘치는 시장, 혁신하는 경제를 만들 수 있다. 민주정부가 아니고는 할 수 없는 일들이다.

평화주의를 확실한 대세로 굳혀가고 있다. 남북관계가 오랜 냉전의 굴레에서 벗어나 화해협력의 길로 확실한 방향을 잡아가고 있다. 또 한미관계가 일방적인 의존관계에서 상호 존중의 협력관계로 바뀌고 있다. 한미동맹은 여전히 견실하다.

민주정부가 아니고는 결코 거둘 수 없는 성과이다. 민주세력이 이룬 성취이다.

민주세력이야말로 한국의 미래를 새롭게 열어가고 있다. 우리 스스로를 깎아 내리지 말자. 역사의 가치를 함부로 폄훼하지 말자. 지금 이 시간에 민주, 반민주편을 갈라서 서로 헐뜯고 싸우자는 말이 아니다. 정당하게 평가받아야 될 역사적 가치가, 정당하게 평가받아야 될 역사적 세력이 그렇게 훼손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지역주의 부활 비판

"그러나 아직도 남은 일이 있다. 정말 입에 올리기도 가슴 아픈 일이지만 그러나 우리 정치에 지역주의가 아직 남아 있다. 이것은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5년전 이 곳 광주시민들은 참으로 훌륭한 결단을 해 주셨다. 영남 사람인 저를 대통령으로 만들어 주셨다. 저는 여러분의 결단에 보답하고자 혼신의 노력을 다해 왔다. 이제 국정 운영과 정부 인사에서 지역 차별을 한다는 비판은 사라지고 있다. 설득력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영남의 국민들도 화답하고 있다. 지난 대선과 그 이후의 선거에서는 영남에서도 30% 내외의 국민이 지역 당을 지지하지 않았다. 기대를 걸어볼 만한 의미 있는 변화이다. 선거제도가 합리적인 제도였더라면 영남에서도 아마 30% 가까운, 지역당에 반대하는 정당이 생겼을 것이다. 그래서 서로 경쟁하는 정치가 이뤄졌을 것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제도는 바꾸지 못했고, 지금 다시 후퇴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지역주의는 어느 지역 국민에게도 이롭지 않다. 오로지 일부 정치인들에게만 이로울 뿐이다.

지역주의를 극복하지 않고는 정책과 논리로 경쟁하는 정치, 대화와 타협으로 국민의 뜻을 모아가는 정치, 정치인의 이익이 아니라 국민에게 봉사하는 정치, 그런 수준 높은 정치를 보기가 어려울 것이다. 욕설과 몸싸움, 태업과 공전을 일삼는 국회, 공천헌금과 정치부패를 반복하는 정치가 없어지기를 기대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는 공천헌금 비리가 118건에 이르렀다. 이대로 가면 부패정치가 되살아 날 것이다.

여러분이 제게 대통령의 중책을 맡긴 것은 제가 일관되게 지역주의에 맞서왔기 때문일 것이다. 아직 저는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 물론 앞으로도 끝까지 책임을 다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러나 제게 더 남은 힘이 별로 있는 것 같지 않아서 참으로 안타깝다.

이제 다시 국민 여러분의 몫으로 돌아가는 것 같다. 국민 여러분의 깊은 헤아림이 필요한 때이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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