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싱어 교수 “인종-性이어 동물 차별도 없애야”

  • 입력 2007년 5월 17일 03시 00분


코멘트
김재명 기자
김재명 기자
근대 이후 인류 역사를 진보시킨 사건 뒤에는 어김없이 ‘해방’이 뒤따랐다. 19세기 노예해방, 20세기 여성해방. 그렇다면 21세기에는 어떤 존재가 해방의 대상이 될 것인가. 미국 프린스턴대 피터 싱어(61·사진) 석좌교수는 바로 ‘동물’이라고 말한다.

다산기념철학 강좌의 연사로 초청된 싱어 교수는 16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21세기를 윤리적으로 살아가기’라는 주제로 강연하면서 자신의 지론인 ‘동물해방’에 대해 장시간 설명했다.

“쉽게 말해 ‘종(Species)’ 차별을 하지 말자는 얘기다. 동물도 유전적인 존재인 이상 우리처럼 고통을 느낀다. 유아 하나를 죽이는 것에는 경악을 하면서 고등 생물을 아무렇지도 않게 먹는 것은 모순이다. 우리 종이 아니라는 데서 기인한 종의 차별이다. 성차별, 인종차별과 함께 종차별도 철폐해야 한다.”

싱어 교수는 2005년 ‘타임’지 선정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에 선정되기도 한 실천윤리학의 거장. 그가 1975년 펴낸 ‘동물해방’은 50만 권이 넘게 팔리며 동물해방 운동의 깃발을 올렸고 1979년 출간한 ‘실천윤리학’은 지금까지 12만 권 이상 팔리며 세계 주요 대학에서 철학교재로 쓰이고 있다.

‘행동하는 철학자’로 명성이 높은 그는 제3세계를 위한 구호 활동에도 적극적이다. 그는 제3세계 빈곤의 원인에 대해 “원인은 자원의 불공정한 배분에 있다”며 “몇몇 선진국이 자원 대부분을 독식하고 이를 남용해 지구 온난화 등 환경 재앙을 초래했지만 그 부담은 대부분 가난하고 약한 나라가 짊어지고 있다. 21세기의 윤리학은 이런 부분을 짚어 줘야 한다”고 말했다.

낙태와 안락사를 적극 지지해 많은 ‘안티’를 거느리기도 한 그는 “불치병으로 받는 고통을 감당해야 하는 가족들의 처지나 환자의 삶에 대한 배려 없이 어떤 상태든 무조건 살리는 것이 좋다는 ‘생명 절대주의’에 대한 비판이다”고 해명했다.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