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 e메일 잘못 보냈네” 클릭 실수로 망신살 톡톡

  • 입력 2007년 5월 11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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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프로농구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홍보담당 매니저 에릭 고번 씨는 친구와 장난 e메일을 주고받곤 했다. 하루는 연미복 차림의 흑인들 사진에 ‘게토 무도회’란 제목을 달았다. 그런데 주소록에서 친구 이름 아래 있는 ‘언론사 기자 그룹’을 클릭한 채 ‘전송’을 눌러 버렸다. 아차, 하는 순간이었지만 되돌릴 수 없었고 그는 해고됐다.

한순간의 부주의한 ‘send’ 클릭으로 커리어를 망쳐 버리는 경영인이 늘고 있다고 미국의 포천지가 9일 보도했다.

특히 조직 내에서 갈등이 빚어질 때 e메일 기록이 결정적으로 발목을 잡는 경우가 많다.

성공한 커리어우먼의 상징처럼 각광받던 월마트의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담당 수석부사장 줄리 로에흠(여) 씨는 회사 측과 갈등을 빚다 지난해 말 해고됐다. 부당해고라며 소송을 제기하자 회사 측은 로에흠 씨가 동료 S 씨에게 보낸 “내게 키스하던 당신의 얼굴을 생각해요”라고 적힌 e메일을 공개했다. 반격거리를 찾던 회사에 S 씨의 아내가 건네 준 것.

스타우드호텔 최고경영자인 스티븐 헤이어 씨 역시 이사회와 갈등을 빚다 여직원과 주고받은 e메일을 해명하라는 압박을 받고 사임했다.

2005년 6월 주미 한국대사관은 워싱턴의 사설 정보 분석가에게 차기 미 행정부 참여 가능성이 있는 한반도 전문가들에 대한 상세 분석을 비밀리에 의뢰했다. 그런데 이 정보 분석가가 수신인을 잘못 클릭하는 바람에 개개인에 대한 적나라한 품평이 담긴 보고서가 메일링 리스트에 있는 700여 명 모두에게 보내져 외교가에서 큰 물의를 빚었다.

일대일로 보낸 e메일이 아메바가 번식하듯 순식간에 퍼져가는 경우도 잦다. 영국 런던의 로펌인 B사의 정보기술(IT) 전문가인 리처드 필립 씨는 비서에게 ‘귀하가 내 바지에 케첩을 흘리는 바람에 지출한 세탁비 4파운드를 달라’는 e메일을 보냈는데 비서가 이를 다른 동료들에게 포워딩했고 결국 타블로이드판 신문에 ‘케첩 바지’란 별명으로 등장했다.

‘Send’란 책의 저자인 데이비드 시플리 씨는 이렇게 경고한다.

“e메일 기록은 언젠가 조사될 수 있음을 명심하라. X라는 회사와 오래전에 다른 일로 e메일을 주고받았는데 나중에 그 회사가 문제가 될 경우 당신이 보낸 e메일도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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