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측근 보좌관마저 떠났다, 울포위츠 그의 선택은…

  • 입력 2007년 5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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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인의 봉급 인상과 승진 특혜 논란으로 거센 사임 압력을 받고 있는 폴 울포위츠(사진) 세계은행 총재의 측근 보좌관이 7일 전격 사임했다. 울포위츠 총재의 최측근인 케빈 켈럼스 세계은행 전략국장은 이날 “지도부를 둘러싼 현 상황을 감안할 때 세계은행의 임무 수행을 효과적으로 돕기가 매우 어렵다”며 사임했다.>>

기자 출신으로 울포위츠 총재가 미국 국방부 부장관으로 재임하던 시절 특보로 일했던 켈럼스 국장은 잠시 딕 체니 부통령의 대변인으로 일하다 세계은행으로 옮겨 울포위츠 총재의 대변인 겸 선임보좌관으로 일했으며 지난해 초 전략국장에 임명됐다.

켈럼스 국장은 직원들 사이에서 ‘머리빗 급사’로 불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울포위츠 총재가 영화 ‘화씨 9/11’에서 빗에 침을 뱉어 머리를 빗는 장면에 빗대 보스 곁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켈럼스 국장을 비하해 붙인 별명이다.

반대파들은 켈럼스 국장을 지목해 중앙집권적이고 권위주의로 뭉친 폐쇄적 리더십의 전형이라고 공격해 왔다. 이 때문에 AFP통신은 일각에선 켈럼스 국장의 사임을 자신의 보스를 구하기 위한 희생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울포위츠 총재 애인의) 봉급 인상 건은 이사회의 승인을 얻은 것”이라고 말했으나 이사들이 일제히 부인하면서 사태가 커지게 됐다.

그러나 이미 궁지에 몰린 울포위츠 총재에게 최측근의 사임을 통한 ‘예봉 피하기’는 별 효과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는 8일 미국과 함께 세계은행의 대주주인 유럽 주요국 관계자들이 울포위츠 총재의 조기 퇴진을 전제로 후임 총재 인선을 미국에 일임하겠다는 의향을 시사했다고 보도했다.

유럽의 한 고위 관계자는 “동료들은 ‘미국을 너무 강하게 밀어붙이지 말자’고 한다”며 “우리는 미국과 유럽이 분열되는 사태를 피하기 위해 기꺼이 ‘좋다, 이 기관을 이끌어 갈 만한 능력 있는 미국인을 찾는다면 우리는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세계은행 특별조사위원회는 울포위츠 총재가 애인 샤하 리자 씨의 승진과 봉급 인상과 관련해 세계은행의 윤리규정을 위반했다는 보고서를 작성해 울포위츠 총재에게 전달했다고 외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세계은행 이사회는 이 보고서를 토대로 이번 주 안에 회의를 열어 울포위츠 총재의 거취에 대한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하지만 대응 시간을 더 달라는 울포위츠 총재 측의 요청을 받아들일 경우 이사회의 결정이 늦어질 수 있다.

이철희 기자 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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