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프랑스의 선택]‘달콤한 복지’ 대신 ‘입에 쓴 성장’으로

  • 입력 2007년 5월 8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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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 기간에도 기차를 달리게 하겠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당선자가 선거 기간에 힘주어 강조한 말이다. 이 말은 많은 의미를 담은 것으로 해석됐다.

프랑스 언론은 먼저 ‘강성’으로 이름 높은 프랑스 노조의 힘을 약화시키겠다는 뜻으로 이 말을 분석했다. 철도노조는 잦은 파업으로 프랑스인들의 발을 꽁꽁 묶어 놓곤 했다.

시민들은 오랜 세월 다져진 ‘연대(솔리다리테)’ 의식 때문에 파업에 불평하기는커녕 동조를 표시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파업이 주는 불편함을 공공연하게 비판하는 사람이 늘었다.

사르코지 당선자는 이런 틈새를 파고들었다. ‘연대’를 강조하기에 앞서 사회의 효율성을 높이고 사회적 비용을 줄이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의 주장에 과반수의 유권자가 표를 던진 것은 분명 노조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이 많기 때문이다.

그는 시장 친화적인 경제 개혁을 위해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가장 먼저 앞세웠다. 그는 우선 해고와 고용에 장애가 되는 각종 규제를 완화할 계획이다. 기업주에게 고용에 대한 자유를 더 많이 보장해 줌으로써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뜻이다.

8%를 웃도는 실업률은 2010년까지 5% 아래로 낮추겠다고 공언했다. 이민자 수용을 제한하겠다는 것도 그나마 없는 일자리를 이민자들이 차지하는 현실을 개선하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그는 나아가 사회주의 정부 시절의 뿌리 깊은 유산인 ‘35시간 근로제’에 손을 대겠다고 밝혔다. 더 일하는 사람에겐 더 많은 수당을 줄 수 있도록 관련 법규를 개편하겠다는 것. 우파는 그동안 근로 시간 감축을 통해 일자리를 나눠 갖자는 취지로 사회당 시절 도입된 이 제도가 생산성에 악영향을 끼친 것은 물론 일자리 확충에도 실패했다고 지적해 왔다.

사르코지 당선자는 기업주의 투자 의욕을 고취하기 위해 세금 인하도 공약으로 내세웠다. 특히 고용을 장려하기 위해 고용과 관련된 세금이 가벼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연금 제도를 개혁하고 창업 절차를 간소화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자크 시라크 정부도 같은 우파 정부로서 경제에 걸림돌이 되는 이 같은 문제를 늘 고민했지만 손을 대지 못했다. 시라크 정부는 지난해 봄 청년 실업률 해소를 위해 최초고용계약(CPE) 법안을 내놓았다가 대학생들의 대규모 시위에 부닥치자 철회한 사례에서 보듯 대중적 인기에 급급해 개혁다운 개혁을 하지 못했다.

유권자들은 사르코지 당선자에게서 다른 우파와는 차별되는 점을 발견했기 때문에 그에게 표를 던졌다고 밝힌다.

6일 대중운동연합(UMP) 당사 앞에서 만난 자이 피에르 카타르(37) 씨는 “그는 행동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약속한 것은 어떤 반대에 부닥쳐도 밀어붙인다는 것. 카타르 씨는 “지금 정치인들 중에서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개혁을 추진할 사람은 사르코지밖에 없다”고 잘라 말했다.

사르코지 당선자는 대선 공약과 TV 토론에서도 민감한 부분을 건드렸다. 공무원 수를 크게 줄이겠다는 약속이었다. 회사원 장 뤼크 마르데르(47) 씨는 “공무원이 너무 많은 게 프랑스 경제의 가장 큰 문제”라며 공감을 표했다.

이들처럼 이번 대선에서 ‘경제 개혁’과 ‘변화’를 요구하는 유권자는 현실 안주를 추구하는 유권자보다 많았다. 그들은 ‘불도저’라는 별명답게 거침없이 밀어붙이는 사르코지 당선자를 ‘프랑스 병’을 치유할 차기 대통령으로 선택했다.

▶ 프랑스 대선, 우파 후보 사르코지 승리

▶ “사르코지는 히틀러, 무솔리니” 곳곳에서 반대시위

파리=금동근 특파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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