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盧” vs “그래서 NO”…열린우리 전운

  • 입력 2007년 5월 5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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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고는 있지만…한명숙 전 총리(왼쪽)와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이 4일 국회에서 열린우리당 산하 열린정책연구원 주최로 열린 경부운하건설계획 정책검증토론회에 참석해 대화를 나누며 웃고 있다. 김동주 기자
웃고는 있지만…
한명숙 전 총리(왼쪽)와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이 4일 국회에서 열린우리당 산하 열린정책연구원 주최로 열린 경부운하건설계획 정책검증토론회에 참석해 대화를 나누며 웃고 있다. 김동주 기자
범여권 진영에 사활을 건 전운이 감돌고 있다.

한때 ‘미운 오리새끼’ 취급을 받으며 몸을 사렸던 친노(親盧) 세력이 열린우리당 해체 반대를 기치로 뭉치기 시작했고, 노무현 대통령과 각을 세워 온 정동영 김근태 전 의장 등은 노 대통령에게 반발하는 세력 규합에 나섰다.

노 대통령과 두 전직 의장의 충돌 국면에서 ‘샌드위치’ 신세가 된 정세균 의장 등 당 지도부는 양측을 비판하며 ‘질서 있는 통합’을 외치고 있으나 반향 없는 공허한 메아리에 그치고 있다. 이에 따라 범여권이 열린우리당 ‘잔류파’와 ‘탈노(脫盧)파’로 재편되고 있다.

○ 노 대통령이 진두지휘?

최근 친노 세력의 움직임은 질서 정연하다. 마치 뭔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친노의 결집은 정치권 밖에서부터 시작됐다. 지난달 말 이병완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 현 정부에서 요직을 지낸 인사들과 안희정 씨 등 노 대통령의 386 참모들이 이른바 ‘친노포럼(참여정부 평가포럼)’을 결성해 전국 조직화에 나선 것.

이와 별개로 영화배우 명계남 씨도 최근 국회의사당 맞은편 금산빌딩 2층에 ‘바보노무현닷컴’ 사무실을 열고 인터넷 홈페이지 개설, 출판업 등을 통해 노무현 정부 홍보에 나섰다.

열린우리당 내의 친노 의원들도 ‘친노포럼’과 직간접적인 연대를 통해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노 대통령도 최근 차기 대선에 직접 관여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는 역대 대선에서 찾아보기 힘든 현상이다. 노 대통령은 최근 30%대의 지지율을 바탕으로 자기 목소리를 분명히 내고 있고 지리멸렬했던 친노 세력들도 서서히 노 대통령을 정점으로 뭉치고 있는 것이다.

이해찬 한명숙 전 국무총리와 김혁규 의원 등 친노 대선주자군(群)이 북한 방문 등 활발한 대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도 이런 친노 진영의 ‘그랜드 디자인’과 무관치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열린우리당의 한 초선 의원은 “2·14 전당대회 때만 해도 통합이 대세였다. 그러나 친노 핵심들이 노 대통령의 지지율이 반등하고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등이 정치 불참을 선언하는 등 변화된 환경에서 열린우리당 사수로 가닥을 잡은 듯하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친노포럼을 흡수해 당 잔류파와 함께 열린우리당을 리모델링하고 독자적으로 대선 후보를 내는 쪽으로 갈 공산이 크다”고 했다.

○ 정동영-김근태 “주사위는 던져졌다?”

전날 당 해체, 탈당 불사 등의 강수를 내놨던 두 전직 의장은 이날 추가 ‘메시지’를 던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두 전직 의장 측은 “서서히 결단(집단 탈당)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며 긴장된 분위기다.

그동안 당내에서 서로 경쟁관계였던 두 사람은 열린우리당 ‘빅뱅’ 국면에서 일단 손을 잡은 듯하다. 노 대통령의 정치 개입이 계속되고 친노 세력이 당 사수 태도를 고수할 경우 동반 또는 순차 탈당을 감행하지 않을 수 없다는 얘기가 두 진영에서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이미 당내 탈노파 규합에 나섰다는 얘기도 들린다. 두 진영은 다만 탈당 후 제3지대에서 어떤 판을 그릴 것인지에 대한 비전 제시가 중요하다고 보고 당 밖 세력과의 물밑 접촉도 강화하고 있다. 김 전 의장은 이날 열린우리당을 이미 탈당한 민생정치모임의 천정배 의원과 만나 향후 진로에 대한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 정세균 의장 체제 어디로

정 의장 등 현 지도부는 6월 14일까지 통합신당을 성사시키기로 한 만큼 양측 모두 자제하고 통합 노력을 해야 한다는 원칙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노 대통령과 당내 1, 2대 주주가 맞붙은 상황인 데다 통합의 전망도 그리 밝지 않아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자칫 두 전직 의장이 탈당을 감행할 경우 정 의장을 비롯한 ‘질서 있는 통합파’도 선택의 길로 내몰리게 된다.

그래서인지 이날 최고위원 회의에서는 노 대통령과 두 전직 의장을 동시에 비판하는 소리가 나왔다.

정 의장은 이날 KBS라디오에 출연해 노 대통령의 ‘대선주자 자질론’에 대해 “대통령이 정치인이니 정치적인 발언을 할 수도 있겠지만 당내 일각에서는 그것이 적절한가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분이 많다”고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또 두 전직 의장의 탈당 시사 및 당 해체 주장에 대해 “당을 나가 무엇을 해보겠다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고, 정확한 프로그램이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당을 해체하자는 것은 적절한 주장이 아니다”고 말했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잔류파 친노+의원직 상실 우려해 남은 비례대표

탈노파 탈당파+범여권 통합 겨냥… 탈당 저울질

범여권이 여러 세력으로 분화하면서 각 세력을 지칭하는 다양한 용어가 쓰이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노선에 대한 동조 여부를 기준으로 볼 때 크게 열린우리당 잔류파와 탈노(脫盧)로 나눌 수 있다. 하지만 잔류파와 탈노파 내에서도 다양한 정치적 성향으로 갈린다.

분열 위기를 겪고 있는 열린우리당의 경우 당의 정체성을 지키자는 친노 직계 그룹인 이해찬 유시민 이광재 백원우 의원 등이 있는가 하면 노 대통령의 열린우리당 유지 노선에는 동조하지 않으면서도 탈당 시 의원 직을 상실하는 비례대표와 정치적 불이익을 우려해 남아 있는 소극적 잔류파도 있다.

탈노파에는 이미 열린우리당을 탈당한 통합신당모임, 민생정치모임 소속 의원뿐 아니라 열린우리당에 남아 있지만 범여권 통합을 주장하면서 탈당을 저울질하는 사람들도 있다.

반(反)한나라당을 기치로 한 통합을 주장하는 탈노파는 ‘질서 있는 통합파’와 ‘적극 통합파’로 양분된다.

‘질서 있는 통합파’는 통합을 전제로 한 당 해체를 주장하지만 선(先)탈당에 반대한다. 정세균 의장, 장영달 원내대표 등 지도부와 김원기 문희상 의원 등 중진그룹, 당내 모임인 ‘처음처럼’ 소속의 우상호 조정식 의원 등이 여기에 속한다.

반면 적극적인 통합파는 선탈당을 통해서라도 통합 논의를 가속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동영 김근태 전 의장 계열, 당내 일부 재선그룹, 정봉주 문학진 의원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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