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대선주자-탈당파 잇단 비판 속내는

  • 입력 2007년 5월 4일 02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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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진 “盧대통령 직위 이용 반칙행위” 열린우리당 문학진 의원(왼쪽)이 3일 서울 영등포 중앙당사에서 열린 당 통합추진위원회 회의에서 전날 대선주자들을 비판하는 글을 ‘청와대브리핑’에 올린 노무현 대통령을 질타했다. 정세균 의장(오른쪽)을 비롯한 위원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문 의원의 발언을 듣고 있다. 김동주  기자
문학진 “盧대통령 직위 이용 반칙행위”
열린우리당 문학진 의원(왼쪽)이 3일 서울 영등포 중앙당사에서 열린 당 통합추진위원회 회의에서 전날 대선주자들을 비판하는 글을 ‘청와대브리핑’에 올린 노무현 대통령을 질타했다. 정세균 의장(오른쪽)을 비롯한 위원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문 의원의 발언을 듣고 있다. 김동주 기자
‘당 해체 없다… 갈 사람은 가라’ 메시지?

《“항상 전체 ‘판’을 봐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최근 대선 전망과 관련해 청와대 참모들에게 한 얘기다. ‘대선 후보’보다는 ‘대선 구도’가 승부를 가르는 결정적 변수라는 얘기다. 대선 구도를 겨냥한 노 대통령의 메시지가 갈수록 그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달 30일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의 대선 불출마 선언으로 범여권 진영이 요동치자 좀 더 구체화하고 있는 것이다. 열린우리당 일각에선 “노 대통령의 대선 구도 그리기는 이미 끝난 것 같다”는 말도 나온다.》

▽‘열린우리당을 사수하라’=노 대통령은 2일 청와대브리핑에 직접 올린 글에서 “4·25 재·보선 결과는 사실상 열린우리당의 패배이며 그 책임이 탈당파와 해체론자에게 있다”고 밝혔다. 이는 열린우리당 탈당파와 해체론자들이 주도하는 통합 논의에 경고를 보낸 것이지만, 정체성과 가치를 제쳐둔 채 특정 후보끼리 벌이는 ‘짝짓기’는 대선의 큰 그림을 바꿀 수 없다는 인식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신 노 대통령은 ‘열린우리당 사수’에 기운 듯하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선을 치르기 위해선 당이란 튼튼한 진지를 구축하는 것이 선결과제”라며 “대선 후보는 나중에 당에 태우고 가면 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이 청와대브리핑에서 “정치에서 후보보다 중요한 게 정당”이라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대선주자는 내가 결정한다’=노 대통령은 2일 글에서 범여권 및 야당의 대선주자들에 대해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현직 대통령의 대선주자 공격은 이례적이다. 그래서 노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대선주자 인선에 개입하겠다는 속내를 드러냈다는 관측이 많다.

고건 전 국무총리와 정 전 총장처럼 ‘네거티브’ 공세로 후보군을 정리해 가는 동시에 자신의 ‘입맛’에 맞는 후보군을 띄우겠다는 포석이 아니냐는 얘기다.

열린우리당 문학진 의원은 3일 “고건, 정운찬 그 다음 (낙마대상)은 누구냐는 이야기가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으며 이는 대통령 직위를 이용한 반칙행위”라며 “열린우리당을 사수하면서 대통령 입맛과 노선에 맞는 후보를 만들어내기 위한 발언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문 의원은 현 정부 초기 대통령정무비서관을 지냈다.

▽‘대통령을 엄호하라’=노 대통령의 언급에 때맞춰 친노 진영도 일제히 지원사격에 나섰다. 이강철 대통령정무특보는 3일 청와대브리핑에 긴급 기고를 올려 열린우리당 해체를 선언한 김근태 전 의장을 향해 “창당 주역이자 당 의장을 지낸 분으로서 무책임한 자기 부정”이라며 “정녕 열린우리당을 포기했다면 조용히 혼자서 당을 떠나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신기남 전 의장도 이날 당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자신들의 제안으로 이루어진 전당대회 결정사항을 자신들이 앞장서서 가로막는 행태는 자기부정”이라고 해체파를 비판했다.

▽‘나갈 사람은 나가라(?)’=이 같은 노 대통령의 최근 발언이나 친노 그룹의 움직임을 볼 때 ‘열린우리당을 사수할 테니 나갈 사람은 나가라’는 분위기가 읽힌다. 범여권 통합에 나서기보다는 이번 대선에서 ‘독자후보’를 낸 뒤 내년 총선 때까지 ‘독자행보’를 끌고 나가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노 대통령과 친노 그룹이 내세울 만한 독자 후보로는 이해찬 한명숙 전 국무총리와 김혁규 열린우리당 의원 등이 거론된다. 이들이 최근 일제히 대북 행보에 나서는 것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을 더해 준다. 정치권에선 이런 대선구도를 밀어붙이는 노 대통령의 자신감엔 30%대의 지지율과 ‘권력형 게이트’ 등 임기 말 악재가 없다는 점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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