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내셔널지오그래픽, 北 우상화 실태 잠입 취재

  • 입력 2007년 3월 7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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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셔널지오그래픽 채널이 5일 방영한 다큐멘터리의 한 장면. 백내장 수술 뒤 붕대를 푼 북한 주민이 조심스레 앞을 가늠해 보고 있다. 사진 출처 내셔널지오그래픽 채널 웹사이트
내셔널지오그래픽 채널이 5일 방영한 다큐멘터리의 한 장면. 백내장 수술 뒤 붕대를 푼 북한 주민이 조심스레 앞을 가늠해 보고 있다. 사진 출처 내셔널지오그래픽 채널 웹사이트
백내장 환자 “장군님 사진 못보는게 가장 고통”

개안 수술뒤 김정일 사진에 큰절하며 “만세”

“눈을 떠 보세요. 옆에 아버지 얼굴이 보이세요?”

“보여요. 보여요. 아이고∼ 위대한 장군님 덕분입니다. 장군님 고맙습니다.”

뉴욕에서 사상 첫 북-미 관계 정상화 회담이 열리고 있는 5일 밤(현지 시간) 미국의 TV에선 북한 잠입 르포 다큐멘터리가 방영됐다. 대표적 다큐멘터리 케이블 채널인 내셔널지오그래픽은 이날 60분간 방영한 ‘인사이드 노스코리아’에서 북한의 우상화 실태 및 처참한 인권 상황을 보여 줬다.

이 방송 특별취재팀은 백내장으로 시력을 잃은 북한 주민들에게 개안(開眼)수술을 해 주기 위해 최근 열흘간 방북한 네팔의 산두크 루이트 박사팀을 따라갔다.

루이트 박사는 혼자서 무려 1000명이 넘는 환자의 개안수술을 했다. 하루에 100명이 넘는 강행군이었다. 영양부족 탓인지 환자 가운데는 젊은이도 많았으며 심지어 7세 어린이도 있었다.

백내장으로 10년간 앞을 보지 못하던 한 할머니는 “눈이 안 보여서 가장 고통스러운 게 뭐냐”는 질문에 주저 없이 “위대한 장군님의 사진을 보지 못하는 것”이라며 눈물을 흘렸다. 눈을 뜨면 제일 먼저 보고 싶은 것을 묻자 “위대한 지도자의 사진”이라며 “10년 동안 장군님을 뵙지 못했다. 장군님 사진이라도 뵙고 감사를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수술 후 단체로 모여 붕대를 푸는 과정에선 심청전을 연상케 하는 광경도 펼쳐졌다. 한 23세 여성은 옆의 아버지 얼굴이 보이느냐는 질문에 “보입니다”라고 대답하자마자 “위대한 장군님 덕분”이라며 아버지 손을 잡고 김정일 사진 앞으로 가 만세를 부르며 감사 인사를 했다. 다른 환자들도 모두 붕대를 풀고 눈을 뜨면서 첫 일성으로 “장군님 고맙습니다”를 외치며 사진에 절을 했다.

방송 진행자는 “처음엔 진심(true belief)에서 우러나온 건지 공포(fear) 때문인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며 “하지만 수십 년간 이 체제에서 살아 온 이들에게 진심과 공포의 구분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임을 깨달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르포 중간 중간에는 정치범 수용소, 기아, 열악한 의료 현실도 소개됐다. 수용소 경비대원이었던 한 탈북자는 인터뷰에서 “굶주린 아이들이 소의 배설물을 뒤져 소가 소화시키지 못한 콩을 찾아내 씻어 먹는 걸 봤다”고 말했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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