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곁의 천사를 만나보세요”… 두 카톨릭 신부의 외출

  • 입력 2006년 12월 14일 03시 04분


코멘트
‘내가 만난 천사 이야기-Angel’에 수록된 작품 ‘하늘을 나는 사람’. 사진 제공 아트 & 카리타스
‘내가 만난 천사 이야기-Angel’에 수록된 작품 ‘하늘을 나는 사람’. 사진 제공 아트 & 카리타스
《지동설(地動說)을 주창했던 니콜라우스 코페르니쿠스는 가톨릭 대교구장이었다.

하지만 그는 과학자이기도 했다. 사계(四季)라는 불후의 명곡을 남긴 안토니오 비발디는 어떤가. 신부였지만 그의 음악은 성가(聖歌)의 울타리를 뛰어넘었다.

여기 두 사람의 신부가 있다. 한 사람은 그림으로, 다른 한 사람은 자기계발서로 세상의 문을 두드렸다.

한 사람은 천사를, 한 사람은 인간을 파고들었지만 시선은 같은 지점에 머문다. 바로 ‘우리의 모습’이다.》

■“우리 곁의 천사를 만나보세요”

왼손엔 성경 오른손엔 붓 조광호 신부

“꽃의 향기는 눈에 보이지 않잖아요. 사람의 모습을 닮은 날개 달린 천사도 눈에 보이지 않죠. 지하철, 직장, 식당, 학교…일상 속, 우리 곁에 있는 수천, 수만 명의 평범한 사람들 중에도 천사는 엄연히 존재합니다.”

조광호(59·인천 가톨릭대 교수·사진) 신부가 20여 년간 그려온 ‘천사’ 드로잉 작품 100여 점을 책 ‘내가 만난 천사 이야기-Angel’(아트 & 카리타스)로 엮었다. 젊은 시절부터 현재까지 평범한 일상 속에서 경험한 ‘인간 천사’들을 흑연과 세필 잉크를 사용해 단순한 이미지로 형상화했다. 이웃에게서 천사를 찾아서인지 그가 그린 천사는 뽀얀 아기 얼굴에 날개를 단 성속(聖俗) 분리적인 천사가 아니다. 거친 선으로 자유분방하게 묘사된 천사들은 때론 웃기도 하고, 하늘을 날다 추락해 울기도 하고, 상처받아 괴로워하며 분노를 터뜨리기도 한다…딱 우리의 모습이다.

“예전에 저를 지도하셨던 신부님을 볼 때 조건 없는 사랑을 느꼈고 그분을 천사로 표현할 때는 가슴에 얼굴만큼 큰 심장을 그렸죠. 천사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평범한 소시민들의 얼굴입니다.”

그는 자신의 작품을 ‘명상 드로잉’이란 용어로 설명했다. 그림 옆에 쓰인 성경구절 등 문자텍스트와 그림 이미지가 통합돼 제3의 이미지로 떠오르고 이를 통해 명상에 잠기는 것이다. 이렇게 이루어진 명상은 영혼을 자극한다.

이야기를 듣다 보니 신부보다 ‘작가’와 대화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그에게 그림은 무엇일까? 잠시의 외출일까?

“등잔불을 켜면 빛뿐만 아니라 열기도 생깁니다. 저는 사제이기도 하지만 작가로서 그림을 그리는 것입니다. 그리고 작가로서 그린 그림 안에 제 내면의 모습 즉, 신앙이 있는 것뿐이죠. 예술은 인간의 고매한 정신, 진리 등 숨어있는 것들을 드러내 사람들 눈에 보여주고 들려주는 것이고 종교도 초월적인 것을 구체화하는 거죠.”

■“내 맘속의 무지개 찾아보세요”

설교하며 자기계발서 낸 차동엽 신부

왜 성서나 신앙이 아닌 ‘자기 계발’인가. 인간의 행복과 목표 달성은 신앙의 영역 밖인가. 미래사목연구소 소장인 차동엽(48·인천 가톨릭대 교수·사진) 신부의 답도 조광호 신부와 궤를 같이한다.

“세상에 주어진 것은 기본적으로 하느님의 창조계에 속하지요. 하느님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은 없습니다. 세상 사람들의 현세적인 특징과 그들의 삶을 존중하는 것입니다.”

차 신부가 펴낸 자기계발서 ‘무지개의 원리’(동이) 속에는 우화가 가득하다.

선비가 강을 건너다 사공에게 물었다.

―자네 글 지을 줄 아는가.

“모릅니다.”

―그러면 공맹(孔孟)의 가르침은 아는가.

“모릅니다.”

―원 세상에…. 그럼 자넨 왜 사는가.

이때 배가 암초에 부딪혀 가라앉게 되었다. 이번엔 반대로 사공이 선비에게 묻는다.

―헤엄칠 줄 아십니까.

“아니, 난 모르네.”

―그럼 선비님은 죽은 목숨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차 신부는 무지개의 법칙으로 7가지를 제시한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라’ ‘지혜의 씨앗을 뿌리라’ ‘꿈을 품으라’ ‘성취를 믿으라’ ‘말을 다스리라’ ‘습관을 길들이라’ ‘절대로 포기하지 말라’ 등.

그는 마음과 목숨과 힘을 다해 무언가를 사랑하는 것이 습관화되면 어느 것이든 성취할 수 있다고 충고한다.

그럼 수없이 쏟아져 나오는 일반 계발서와는 무엇이 다른가. 차 신부는 “기능적 기술적 접근이 아니라 인간의 지성과 감성, 의지를 통합하는 하나의 원리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윤영찬 기자 yyc11@donga.com·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