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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한나라, 5·31 전면전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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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한나라, 5·31 전면전 돌입

입력 2006-02-22 02:59수정 2009-09-30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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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가운데)과 김근태(오른쪽) 조배숙 최고위원(왼쪽)이 21일 오후 서울 구로구에 있는 ‘섬기는 어린이집’을 방문해 저소득층 보육 문제에 관심을 표시했다. 국회 사진기자단

《5·31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가 전면전에 돌입한 양상이다. 싸움은 열린우리당이 먼저 걸었다. 정동영(鄭東泳) 신임 의장은 2·18전당대회에서 당선돼 취임하자마자 한나라당을 ‘부패 정당’으로 몰아붙이며 네거티브 공세에 나섰다. 한나라당도 반격에 나섰다. 박근혜(朴槿惠) 대표는 정면 대응을 자제하고 있으나 이재오(李在五) 원내대표는 21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노무현(盧武鉉) 정부 3년 동안의 민생 파탄을 통렬히 비판하며 이번 지방선거를 노무현 정부 중간평가로 삼겠다는 전의(戰意)를 밝혔다.》

■ 정동영 의장 연일 공세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이 ‘한나라당 때리기’ 네거티브 전략으로 5·31지방선거전을 이끌 태세다.

정 의장은 21일 주요 라디오방송 대담 프로그램에 잇따라 출연해 “시도지부별로 지방비리 고발센터를 설치해 대대적으로 신고를 받을 생각이며 구체적인 증거를 확보해 검찰에 넘기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방선거는 썩은 지방권력을 교체하자는 것”이라면서 “썩어서 악취가 나는데 덮고 가자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감사원의 지방자치단체 감사 결과 발표를 거론하며 “4100여억 원에 이르는 국민 혈세가 날아가고, 300명에 가까운 공무원이 고발 또는 조치를 받은 상황”이라며 “이에 대한 감시 감독을 하지 않으면 오히려 직무 유기”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방정부 비리에 대한 검찰의 ‘즉각적이고 대대적인 수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18일 전당대회에서 의장에 당선된 직후부터 “한나라당의 10년 지방권력을 심판하겠다”며 포문을 연 뒤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비리 척결의 당위성은 인정하지만 이를 ‘핵심 선거이슈’로 내세우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임성호(林成浩)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자체가 비리를 저질렀다면 국정조사든 검찰수사든 하는 게 당연하지만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음을 감안한다면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다는 생각이다”고 말했다.

정 의장은 19일에는 취임 첫 목적지로 대구를 방문해 인민혁명당 재건위원회 사건 피해자 묘소를 참배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대구는 박정희(朴正熙) 독재정권의 연장을 위해 인혁당 사건이라는 사법 살인을 저지른 어두운 과거가 있다”며 박 전 대통령의 딸인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를 직접 겨냥했다.

정 의장의 대구 방문에는 여당의 영남권 광역단체장 후보로 거론되는 이재용(李在庸) 환경부 장관과 추병직(秋秉直) 건설교통부 장관이 동행했다. 이와 관련해 관권선거라는 논란이 일지만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태도다. 정 의장 측은 “여권에서 최고의 인재를 선발해 국민을 위해 봉사하게 하는 것은 정당의 기본 임무이며 후보자 본인이 선거에 나서는 것은 헌법에 보장된 당연한 권리”라고 주장한다.

역대 선거에서 야당이 여당을 비판하는 것은 상례지만 여당이 실적을 내세우기보다 야당 때리기를 통해 반사이익을 노리는 식으로 선거전을 이끄는 것은 흔치 않다.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심지연(沈之淵) 교수는 “정 의장의 의도는 지방권력 심판이라는 어젠다를 선점해 선거 국면을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며 “상대방의 약점을 파고드는 일종의 네거티브 선거전략”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물론이지만 다른 야권의 반응도 차갑다. 국민중심당 공동대표인 심대평(沈大平) 충남도지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자체 10년에 대한 평가를 집권여당 대표가 이런 수준에서 폄훼할 수 있는가 하는 자괴감을 가졌다”며 “풀뿌리 민주주의에 대한 인식 자체를 제대로 하지 못한 가운데 나온 망언”이라고 비판했다.

정 의장이 양극화 해소 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하는 것도 네거티브 전략과 닿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을 ‘기득권 부패당’으로 몰아붙이는 동시에 소외계층을 껴안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한나라당 반대’를 유도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라는 지적이다.

한편 정 의장은 MBC 간판앵커인 엄기영 이사를 강원도지사 후보로 영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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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오 원내대표 반격

한나라당 이재오 원내대표(가운데)가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현 정부의 실정을 비판하는 내용의 대표연설을 한 후 동료 의원들로부터 인사를 받고 있다. 김경제 기자
“민생경제 파탄과 양극화의 주범은 노무현 정권이다.”

21일 한나라당 이재오 원내대표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동네 목욕탕에서 만난 아저씨에게 ‘안녕하십니까’라고 인사하자 ‘안녕 못한 지 2, 3년 됐습니다’고 하더라”며 ‘노무현 정부 3년’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연설의 상당 부분을 애드리브(즉석 연설)로 소화하면서 조목조목 실례(實例)를 들어 대통령을 직접 겨눴다. 그는 “노무현 빈곤층인 ‘노곤층’이 716만 명으로 늘었다. 국민의 삶이 이런데도 대통령은 매번 정치적 승부수나 던지고 있다. 대통령은 승부사가 아니라 묵묵히 민생을 일구는 농사꾼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한 달에 수도요금 5000원을 못내 빗물을 받아 밥하고 빨래하는 사람, 전기세를 아끼려고 촛불을 켜놓고 자다가 불이 나 숨진 여중생의 예를 거론하며 “한 달 4만 원의 전기세를 못내 전기가 끊겼던 가구가 1년에 48만 가구나 된다”고 했다.

이 원내대표는 “정부는 양극화 때문에 우리 경제가 성장하지 못하고 어렵다면서 국민 세금을 걷어 양극화를 해결하겠다고 하는데 이는 진단도 처방도 틀린 것”이라고 말했다.

현 정부의 반(反)시장 반(反)기업 반(反)서민정책 때문에 경제가 성장하지 못했고, 그 결과 중산층과 서민층이 빈곤층으로 내몰려 최악의 양극화가 생겼다는 진단이다. 열린우리당이 5·31지방선거를 앞두고 ‘20%의 부자’에 대한 서민층의 소외를 강조하는 전략을 세웠다는 판단 아래 양극화의 원인 규명과 정부 책임론을 부각시키겠다는 얘기다.

정부의 ‘큰 정부론’과 ‘증세 시도’에 대해서는 ‘작은 정부, 감세’를 강조했다. “지방선거 때문에 모든 증세정책을 뒤로 미루고 있으나 선거가 끝나면 세금폭탄을 퍼붓겠다는 속셈을 어느 국민이 모르겠느냐. 한나라당은 감세정책으로 서민경제를 살려 내겠다.”

그는 “적자 공기업 사장 연봉이 2억9000만 원이고, 부채 45조 원인 4대 공기업은 3400억 원의 복지기금을 만들어 임직원 보너스로 1030억 원을 줬다”며 “정부는 70개 위원회를 정리하고 장차관 수를 줄이며 각 부처 예산을 최소 10% 삭감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관권선거 의혹도 제기했다. 역대 정부에서 국무총리와 법무부 장관 등 선거 관리 주무 장관이 여당 당적을 갖는 국회의원이었던 적이 없는 만큼 현 정부도 열린우리당 소속 장관들을 그만두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나라당은 감사원의 지방자치단체 감사 결과 발표, 열린우리당의 지자체 비리 국정조사 및 검찰 수사 촉구, 19일 정 의장의 대구 방문에 현직 장관이 동행한 것 등도 관권선거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 원내대표는 열린우리당의 ‘지방정부 심판론’에 대해서는 “오히려 부패한 중앙정부를 심판해야 한다”고 맞섰다. 브로커 윤상림 사건, 외환은행 매각 사건 등 ‘권력형 4대 비리의혹’에 대해 국정조사를 실시해 모든 진상을 낱낱이 규명하자는 주장이다.

그의 연설에 대해 당내에선 “시원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그러나 열린우리당 우상호(禹相虎) 대변인은 “대안이나 비전 제시보다는 국정 흔들기에 치우쳤다”며 “감세를 ‘전가의 보도’처럼 들고 나오는데 재원 부족은 어떻게 해결하겠다는 것인지 대책을 찾기 어려웠다”고 비판했다.

민주노동당 심상정(沈相정) 의원단수석부대표는 “정책적 대안 제시가 결여된, 부자들을 위한 속풀이 연설이었다”고 말했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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