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지방 국회의원의 교통비 하소연

  • 입력 2006년 2월 11일 11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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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환의원자료사진 동아일보
박승환의원
자료사진 동아일보
국회의원의 ‘철도무료이용’에 대한 특혜논란이 거세다.

얼마 전 이철 철도공사 사장은 기자들에게 국회의원들의 무료 승차로 연간 4~5억원의 비용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무료승차의 근거는 국회법 31조 ‘국회의원은 국유 철도와 선박, 항공기를 무료이용 한다’는 조항.

하지만 지난해 철도청이 철도공사로 바뀌면서 이 법은 무용지물이 됐다. 그러나 민영화이후에도 무료승차 관행은 바뀌지 않고 있으니 철도공사로선 불만이 쌓이고 있다.

이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 또한 곱지 않다. “특혜를 폐지하라”는 국민들의 여론이 빗발치고 있다. 결국 이계진 한나라당 대변인은 지난 7일 국회법 31조를 삭제하는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노동당과 민주당 의원들도 10일 무료승차권을 모두 반납하기로 했다.

이런 가운데 박승환(사진) 한나라당 의원은 10일 “의원교통비도 의정활동비”라며 “국회에서 지원해 줘야 옳다”고 소신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박 의원은 동아닷컴과의 전화인터뷰에서 자신의 처지를 조목조목 밝혔다.

지역구가 부산(금정구)인 박 의원은 한 달이면 10여번 서울과 부산을 오간다. 급하면 비행기도 타기 때문에 한 달이면 100만원이 넘는 돈이 교통비로 지출된다.

통상 국회의원의 ‘세비’는 기본 봉급과 각종 수당을 더해서 한 달에 600여만 원선.

박 의원은 “초선의원으로서 아직 후원금이 넉넉지 못한데 교통비 부담이 상당하다. 차량운행비 등도 일부를 보조받지만 턱없이 부족한 편”이라며 “그동안 후원금으로 받은 돈은 거의 다 교통비로 들어갔다고 하면 맞을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박 의원은 “그렇다고 지역구민의 의견을 듣는 일을 소홀히 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반문한 뒤 “국회법상 철도 무료이용은 문제가 있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특권만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원활한 의정활동을 지원한다는 차원에서 항공기와 같은 다른 교통수단에 대해서도 국회가 지원해 주는 것을 생각해봐야한다”며 “일본 미국 유럽 등 대부분의 국가에서도 무료쿠폰 및 포인트 등으로 교통비를 보조해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국회의원의 의정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배정한 ‘정책개발비’에서 교통비를 지원한다면, 별도로 예산을 편성하지 않고도 국회의원의 교통비를 해결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사후에 영수증을 제출한다면 사적인 교통비 유용도 막을 수 있다는 것.

그러나 국회의원의 교통비 지원은 갈 길이 험난하다.

지난 15대, 16대 국회에서도 국회의원들의 교통비 지급에 대해 논의한 적이 있으나 수도권 의원들의 반발로 무산된 적이 있다.

지역구 활동을 하지 않는 비례대표 의원들도 교통비 지급에는 시큰둥한 반응이다.

누리꾼들은 “세비에서 스스로 해결하라”, “지금 주는 세비도 아깝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박 의원은 “현재 국회의원들에게 전체 이메일을 발송했다. 드러내지는 못하지만 제 생각에 동조하는 분들도 많이 계신다”며 “비례대표 의원들과는 견해차가 있지만 끝까지 설득해 볼 것”이라고 밝혔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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