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B313 = 10번째 행성?… 지름 약 3000km… 명왕성보다 커

  • 입력 2006년 2월 10일 03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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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들에게 태양계 행성의 이름을 대 보라면, ‘수금지화목토천해명’이라고 술술 답할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 답에 변화가 생길지 모른다.

최근 태양계 외곽에서 명왕성보다 큰 천체가 발견되면서 행성 자격에 대한 논쟁이 거세지고 있다. 결과에 따라 명왕성이 행성 자격을 박탈당하거나 새 천체가 10번째 행성에 등극할 태세다.

지난해 여름 미국 캘리포니아공대 마이크 브라운 교수팀은 태양에서부터 지구가 떨어진 거리보다 97배나 먼 곳에서 명왕성급 천체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2003 UB313’이라는 임시이름을 가진 이 천체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명왕성보다 크다는 게 브라운 교수의 주장이었다.

이 천체의 구체적 크기가 2일자 영국의 과학저널 ‘네이처’에 발표됐다. 독일 본대 프랑크 베르톨디 교수팀이 스페인 남부에서 구경 30m 망원경으로 측정한 결과 지름이 명왕성보다 700km 큰 3000km가량으로 나타났다. “UB313이 명왕성보다 크니 10번째 행성이 아니냐”고 말해온 브라운 교수의 손을 들어준 셈.

브라운 교수팀도 얼마 전 허블 우주망원경으로 UB313의 크기를 쟀다. 3일자 미국의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실린 ‘이번 주의 뉴스’에는 명왕성보다 1%밖에 크지 않다는 예비결과가 알려졌다. UB313이 하루새 쪼그라들게 됐지만 명왕성만큼 크다는 대세에는 지장이 없다.

○ 달보다 작은 명왕성 행성자격 논란

그동안 태양계 외곽에서는 상당히 큰 천체들이 줄줄이 발견됐고 그때마다 달보다 작은 ‘꼬마 행성’ 명왕성의 행성 자격은 시비의 대상이었다. 콰오와(지름 1250km), 세드나(지름 1600km) 등이 대표적. 그래도 이들은 명왕성보다 작아 논쟁이 크지 않았다.

물론 명왕성만큼 큰 UB313이 등장해 상황이 달라졌다. 국제천문연맹(IAU)은 19명의 정상급 천문학자를 비상 소집해 UB313과 관련한 행성의 정의를 재검토하게 했다. 하지만 이들은 지난해 11월 명확한 합의에 이르는 데 실패했다.

아직 행성에 대한 엄밀한 정의는 없는 상태다. 김유제(행성천문학 박사) 서울대 방문연구원은 “행성은 태양을 도는 구형 천체라는 게 일반적”이라며 “목성이나 토성을 도는 천체는 아무리 커도 위성이고 지름 500km 이하여서 찌그러진 천체는 소행성”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UB313에 행성 자격을 부여할지 여부는 8월 체코 프라하에서 열릴 IAU 총회에 넘어간 상태이다.

○ 태양계 외곽 지름 100km 이상 천체만 7만 개

화성과 목성 사이에는 100만여 개의 작은 천체들이 소행성대를 이루고 있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해왕성 궤도 바깥에도 작은 천체들이 ‘카이퍼 벨트’라는 띠를 형성하고 있다. 이들은 태양계 탄생 초기에 행성이 만들어지고 남은 찌꺼기로 태양계 화석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달 발사된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명왕성 탐사선 ‘뉴호라이즌스’가 카이퍼 벨트 천체를 함께 조사하려는 이유다.

1992년 카이퍼 벨트에서 처음 얼음 천체가 발견된 이래 이와 비슷한 천체가 지금까지 1000여 개가 확인됐다. 천문학자들은 지름이 100km 이상인 천체가 카이퍼 벨트에 7만 개 이상 있을 것이라고 추정하며 명왕성도 카이퍼 벨트 천체의 하나로 본다. UB313이 발견되기 전까지 명왕성은 카이퍼 벨트의 왕이었던 셈.

일부 천문학자들은 소행성대에서 가장 큰 세레스(지름 930km)는 행성이라고 하지 않으면서 왜 카이퍼 벨트에 있는 명왕성만 행성이란 자격을 받아야 하느냐고 반문한다. 이에 대한 답변은 다소 궁색하다. 명왕성이 발견된 이후 70년 이상 행성이라 불렀는데 이를 번복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것.

지난해 목성급 외계 행성을 발견한 한정호(천체물리학) 충북대 교수는 “8월 IAU 총회에서 명왕성의 행성 지위를 박탈하기보다는 UB313에 10번째 행성 지위를 부여할 확률이 높다”며 “카이퍼 벨트에서 UB313 정도의 천체가 더 발견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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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환 동아사이언스 기자 cosm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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