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아시아는 ‘中 주춤 日 비틀 印 질주’

  • 입력 2005년 11월 30일 03시 01분


코멘트
《‘인도는 잘나가고, 중국은 약간 주춤하며, 일본은 계속 뒤처진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가 최근 발행한 단행본 ‘2006년 세계 전망(The World in 2006)’은 내년 아시아 3대 주요국가 중 인도가 정치 경제적으로 가장 주목을 받는 한 해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세계 경제의 엔진 역할을 해 왔던 중국의 성장세는 한풀 꺾일 전망. 일본은 올해 시작된 경제 회생 기미를 잘 살리지 못하고 다시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이 잡지는 지적했다.》

▽한 걸음 쉬어 가는 중국=‘세계는 중국의 경기 둔화에 얼마만큼 대비하고 있는가.’

이코노미스트가 내년 세계 경제에 던진 핵심 질문이다. 중국의 성장세가 내년을 기점으로 꺾일 가능성이 높다는 메시지가 깔려 있다. 중국은 내년에도 최고 8%대의 성장세를 보일 전망.

그러나 지금까지 9∼11%의 고속 성장을 해 왔기 때문에 세계 경제는 중국의 조그만 침체 조짐에도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으로 이코노미스트는 내다봤다.

내년 중국 정부의 최우선 경제 과제는 현재 일부 지역에 편중된 투자를 중국 전역으로 골고루 확대하는 것. ‘분배’에 치중하는 만큼 과거와 같은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분배 문제에 대한 중국 정부의 관심은 그만큼 정치 불안이 심화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중국 정부가 노동 격차, 부패 등으로 촉발된 사회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내놓지 않는 한 2004년 7만4000여 건이었던 반정부 시위의 빈도와 강도는 내년에 훨씬 높아질 것으로 이코노미스트는 내다봤다.

내년 중국 정부는 경제에서 한발 물러서는 대신 외교 무대에서 영향력을 높이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대만에 유화적 제스처를 보내는 한편 대미관계를 고려해 미국 기업 인수도 당분간 자제할 가능성이 높다.

▽날개 단 인도=최근 인도 정부의 관심사는 내년 초 방문하는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어떤 선물 보따리를 풀어놓을지에 집중돼 있다.

올해 핵 개발 지원에서 가시화된 미국의 ‘인도 끌어안기’는 아시아에서 중국의 정치적 군사적 영향력이 커질수록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미국이 과감한 대(對)인도 경제지원에 나선다면 최근 4년 연속 6∼7%의 높은 성장률을 보였던 인도 경제는 날개를 달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11억의 인구를 가진 인도가 앞으로 20년 내 일본을 누르고 중국, 미국에 이어 세계 3위의 구매력을 가진 국가로 부상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인도가 세계 강국으로 부상하기 위해서는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중국에 비해 훨씬 뒤처진 민영화, 외자 유치, 규제 개혁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개혁 일정에 박차를 가하려면 아직 인도 지도부 내에 남아 있는 구소련파 정치인의 영향력을 줄이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봄’이 아직 먼 일본=“일본 경제에 봄이 오고 있다는 것은 성급한 판단이다.”

올해 실업률이 하락하고 임금 수준이 오르면서 일본 경제가 기지개를 펴고 있지만 내년에는 다시 후퇴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이코노미스트의 분석이다.

모처럼 살아난 일본 경제가 장기 성장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것은 내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의 경제정책 방향이 단기 회복에 맞춰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내년 9월 물러날 예정인 고이즈미 총리의 경제 과제는 ‘될 수 있으면 경제 회복에는 관여하지 않는다’는 한마디로 요약될 수 있다.

그 대신 고이즈미 정부는 최근 우정 민영화 작업에서 볼 수 있듯이 경제에서 정부의 역할을 축소하고 재정적자를 줄이는 것과 같은 장기 과제에 더욱 관심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점차 가열되고 있는 후계자 경쟁에서 일본 경제에 가장 도움이 되는 인물을 꼽으라면 아베 신조(安倍晋三) 관방장관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에 대한 중국 한국 등 주변국의 반발이 심해 그가 후계자로 부상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