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에 투자한 외국기업 北에서 제품 팔수 있다

  • 입력 2005년 11월 30일 03시 01분


코멘트
북한이 자국과 합영 합작사업을 하는 외국 투자기업에 내수시장을 개방하고 세금 감면 혜택을 주는 등 각종 규제 조치를 크게 완화하거나 철폐한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은 또 외국 투자기업에서 일하는 북측 근로자의 최저 인건비를 월 30유로(약 3만6700원)로 정했다. 이는 현재 개성공단의 북한 근로자 인건비 57.5달러(약 5만9500원)보다 낮은 것이다.

북한 내각은 11월 초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사회주의 경제관리 개선에 대하여’라는 지침을 마련해 무역 및 경제 관련 각 성(省·한국의 정부 부처에 해당)에 내려보냈다.

본보가 29일 북한과 경제협력사업을 하고 있는 한 외국 투자기업을 통해 입수한 이 지침은 8개 항에 걸쳐 북한이 외국기업의 투자 유치 활성화를 위해 최근 취한 각종 조치들을 담고 있다.

이에 따르면 북한은 외국 투자기업들이 북한의 공장이나 기업소(기업)들과 직접 생산 계약을 한 합영 합작의 경우 생산품을 합의가격으로 북한 내에서 팔거나 경영상 필요한 물자로 교환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이처럼 북한 내에서 생산품을 판매하거나 물물교환하는 경우 관세를 물지 않도록 했다.

이는 북한에 투자하는 외국기업에 대해 북한 내수시장을 개방하겠다는 것으로 그동안 값싼 노동력을 제공하는 단순 생산기지 역할만 했던 북한을 생산과 판매가 자유로운 ‘시장’으로 변모시키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은 또 외국 투자기업들에 적용하는 △항만비 △전기사용료 △물사용료 △난방비 등 각종 요금과 수수료를 북한 기업과 같은 수준으로 해 외국 투자기업에 대한 차별을 철폐했다.

북한은 남북 간 거래를 민족 내부의 거래로 간주하고 있기 때문에 남측 기업들은 이번 조치에 해당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북한은 이번 내각 지침에서 “지난 시기 조국에서 합영 합작하는 사업은 우리 조국의 특수한 환경과 이러저러한 조건들로 인하여 여러 가지 우여곡절을 겪지 않으면 안 되었다”며 “그러나 그 과정에서 적지 않은 경험이 축적되었으며 많은 교훈도 얻게 되었다”고 밝혔다. 북한이 외국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지침을 각 성에 내려 보낸 것은 이 같은 인식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 내각은 이 지침과는 별도로 어떤 물품을 얼마나 생산할 것인가를 국가 차원에서 정하는 국가계획화 지표의 항목을 크게 줄여 각 공장과 기업소가 자체 조건과 시장 환경에 맞게 생산 및 판매 계획을 세우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대학원대 양문수(梁文秀) 교수는 “외국 기업의 투자 유치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유인책이 많이 포함된 것이 눈에 띈다”며 “북한이 내수시장을 열고 대외개방 확대를 위한 의지를 밝혔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