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맥아더동상 철거주장 말 안돼·姜교수는 엄중 질책을"

  • 입력 2005년 11월 15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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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서울 마포구 동교동 김대중도서관을 방문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왼쪽)가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전남 강진 월출산에서 난 녹차를 선물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14일 서울 마포구 동교동 김대중도서관을 방문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왼쪽)가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전남 강진 월출산에서 난 녹차를 선물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가 14일 서울 마포구 동교동 김대중도서관을 방문해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과 1시간 20분가량 대화를 나눴다.

DJ는 박 대표의 부친인 박정희(朴正熙) 전 대통령을 회고하며 대화를 풀어갔다.

“1967년 목포 국회의원 선거에서 당선돼 청와대 신년 하례회에 갔을 때 박 대통령이 그렇게 반가워할 수가 없었다. 많은 사람을 제치고 7분 동안 이야기를 했다. 육영수(陸英修) 여사가 친동기간처럼 살갑게 대해 주기도 했다. 박 대통령과 흉금을 터놓고 이야기를 나눴으면 정말 좋았을 텐데, (그런 만남이) 이뤄지지 못해 아쉽다.”

마침 이날은 박 전 대통령의 생일. DJ는 “고인이 살아 계시면 몇 살쯤 되시느냐”고 묻자 박 대표는 “1917년생으로 팔십이 넘었다”고 답했다. DJ는 “나는 1924년생” 이라고 말했다. 동국대 강정구(姜禎求) 교수 파문, 북한 핵 문제 등 현안 이슈도 화제에 올랐다.

DJ는 “강 교수 처리(법무부 장관의 불구속 수사지휘권 발동)는 여야가 엄중히 질책할 문제였다”며 “맥아더 동상 철거라는 게 말이 되나. 인천상륙작전이 없었다면 다 공산화됐을 것이다. 그 일로 미국이 섭섭해 하고 양국 관계에 나쁜 영향을 미친 것은 유감스럽다”고 했다.

DJ는 한나라당의 재선거 완승을 거론하며 “남자도 아닌 여자가 선거 때 싹쓸이하다니 대단하다”며 “박 대표와 한나라당이 잘하고 있다”고 말했다. DJ는 “나라가 흥하고 망하는 것은 순식간이다. 21세기는 한국의 세기이고 재미있는 세기가 될 것이다. 박 대표가 큰 포부를 갖고 잘해 보라”고 덕담을 건네기도 했다.

이에 박 대표도 “헌법 원칙은 지키되 실용주의로 가도록 기조를 잡고 있다. 국민 화합이 중요하다”면서 “불필요한 정쟁을 자제하고 민생이 우선하도록 하겠다. 자주 찾아뵙겠다”고 화답했다고 배석했던 전여옥(田麗玉) 한나라당 대변인이 전했다.

양측은 이날 만남이 최근 폐렴 증세로 두 차례 입원했던 김 전 대통령의 쾌유를 기원하는 차원에서 마련됐다고 했다. 두 사람의 만남은 지난해 8월 박 대표가 취임 직후 김 전 대통령을 예방한 이후 1년 3개월 만이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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