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1호 바꾸자는데…훈민정음? 석굴암?

  • 입력 2005년 11월 8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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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 제1호를 숭례문(崇禮門·남대문)에서 다른 문화재로 바꾸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감사원 관계자는 7일 ‘문화재 지정 및 관리 실태’에 대한 감사에 착수한다고 발표하면서 국보 제1호를 문화재적 가치에 따라 재지정하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숭례문이 서울의 대로(大路) 한가운데에 자리하고 있어 외국 관광객들에게 큰 감흥을 주지 못한다”면서 “올해 초부터 문화재 관련 자료를 분석한 결과 숭례문보다 훈민정음, 석굴암 등이 문화재 가치가 더 높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내부 의견 조율을 거쳐 “국보 제1호를 다시 지정해야 한다”고 문화재청장에게 권고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유홍준(兪弘濬) 문화재청장은 이날 본보와의 통화에서 “국보 전체를 재지정하는 것은 어렵지만 국보 제1호를 재지정하는 방안은 현재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국보1호인 남대문을 다른 문화재로 교체하는 것에 대해 동의하십니까?
찬성
반대
잘모르겠다


▶ 난 이렇게 본다(의견쓰기)
▶ “이미 투표하셨습니다” 문구 안내

문화재청 관계자도 “감사원이 권고한다면 전문가와 국민 여론을 수렴해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숭례문은 일제강점기인 1934년 조선총독부가 ‘조선 중요문화재 보존령’을 내리면서 보물 제1호로 지정됐다.

이어 1955년 문화재관리국(현 문화재청)은 일제강점기 때 지정된 보물을 국보 및 보물로 지정하면서 숭례문을 국보 제1호로 지정했다. 그러나 정부의 이 같은 문화재 지정에 대해 ‘일제 잔재를 청산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와 관련해 감사원은 ‘역사 바로 세우기’ 차원에서 국보 제1호를 한국을 대표하는 다른 문화재로 변경하는 것을 포함해 전체 국보 지정체계를 바꾸는 방안에 대해 외부에 연구 용역을 의뢰한 상태다.

감사원은 25일까지 문화재청 등 문화재 관련 8개 기관에 11명의 감사요원을 보내 문화재 지정과 관리 실태에 대한 현장 감사를 벌일 계획이다.

감사원은 간송미술관 소장 ‘훈민정음’(국보 제70호·세계기록유산),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금동미륵보살반가상’(국보 제83호), 경주 ‘석굴암’(국보 제24호·세계문화유산), 해인사의 ‘팔만대장경’(국보 제32호) 등을 새로운 국보 제1호 후보로 추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국보 제1호 재지정에 따른 혼란과 비용이 적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특히 문화재적 가치를 기준으로 국보 제1호를 바꿀 경우 훗날 더 중요한 문화재가 나타나면 다시 바꾸어야 하는 등 혼란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또 국보 제1호 재지정 문제는 김영삼(金泳三) 정부 당시 논란 끝에 현행 유지로 결론이 난 사안인데, 문화재 전문기관도 아닌 감사원이 역사 바로 세우기를 앞세워 다시 들고 나온 데 대한 비판 여론도 있다.

특히 광복 후 우리 스스로 지정한 국보를 일제 잔재 청산 차원이란 명분 때문에 바꾸려는 것은 논리적으로 설득력이 약하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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