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또 볼수 있을지…” 이산가족 1차 상봉단 귀환

  • 입력 2005년 8월 29일 03시 07분


코멘트
“마음만 더 아파. 괜히 왔어. 괜히….”

28일 오전 제11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 1차 상봉단의 마지막 만남이 이뤄진 금강산호텔. 반세기 만에 해후한 형을 두고 남쪽으로 돌아와야 하는 김치웅(65) 씨는 눈시울을 붉힌 채 말을 잇지 못했다.

호텔 2층 상봉장은 사흘간의 짧은 상봉을 마치고 다시 기약 없이 작별하는 이산가족들로 눈물바다를 이뤘다.

1·4후퇴 때 남으로 피란한 김기심(86·여) 씨는 북의 친척집에 맡겨뒀던 딸 최희순(63) 씨가 어릴 적 어머니가 불러주던 동요라며 ‘만남’을 부르자 “딸을 버리고 가는 엄마가 무슨 엄마냐”며 통곡했다.

또 남매를 두고 남으로 와야 하는 홍준모(88) 씨는 딸 병숙 씨의 등을 쓰다듬으며 아들 병익 씨에게 “동생 잘 돌봐줘야 한다. 건강하게 잘 지내야 한다”고 당부했다. 병익 씨는 “일 없습니다(괜찮습니다). 하나밖에 없는 동생인데요”라며 아버지를 안심시키려 애썼다.

지판례(82) 씨의 남쪽 딸은 북쪽의 오빠 허기옥(62) 씨를 붙잡고 “오빠 이대로 어떻게 가, 이대로 어떻게…”라며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허 씨는 차마 여동생의 얼굴을 마주 대하지 못하고 돌아앉아 눈물만 흘렸다.

북쪽의 유봉화(70) 씨는 휠체어를 탄 남쪽의 노모를 붙잡고 “이 시간을 붙잡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어요”라며 울먹였다. 또 이준수(75) 씨는 남쪽으로 떠나는 버스에 오르면서 “우리 동생 검은 머리 흰머리 돼서 만났는데 또 언제 만나느냐”며 흐느꼈다.

금강산호텔에서 29일부터 31일까지 이어지는 2차 상봉에서는 북쪽에서 신청한 이산가족 100명이 남쪽의 가족 430명을 만난다.

금강산=공동취재단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