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신임 대통령비서실장은 한국일보 경제부장을 지낸 언론인 출신. 김대중(金大中) 정부 시절 대통령국정홍보조사비서관을 거쳐 현 정부 출범 후 대통령기획조정, 정무기획비서관과 홍보수석비서관을 지냈다. 올해 2월 과중한 업무에 따른 피로 누적을 이유로 청와대를 떠난 뒤 6개월 만에 한 단계 높은 위치로 돌아온 셈이다.
이 실장의 기용은 무엇보다 ‘서열 파괴’의 의미가 있다. 수석비서관 및 보좌관 이상 청와대 참모진 12명 중에서 조기숙(趙己淑·46)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과 박기영(朴基榮·47) 대통령정보과학기술보좌관 등 2명을 빼고는 모두가 이 실장보다 연장자다. 그중에서도 김완기(金完基·61) 대통령인사수석비서관은 이 실장의 광주고 8년 선배다.
또한 1980년 5공화국 출범 이후 역대 대통령비서실장 22명 중 이 실장보다 나이가 적은 사람은 1980년에 비서실장을 맡았던 김경원(金瓊元·당시 44세) 전 주미대사 등 3명에 불과하다.
그런 점에서 노 대통령이 이 실장을 기용한 것은 그동안 ‘권력의 2인자’로까지 불렸던 대통령비서실장에 대한 고정관념을 완전히 깨뜨린 것이기도 하다.
이런 맥락에서 앞으로 비서실 운영은 김병준(金秉準) 대통령정책실장, 문재인(文在寅)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이호철(李鎬喆) 대통령국정상황실장과 386 참모들이 주축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노 대통령과 가까운 인사들의 친정(親政)체제로 재편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런 다극 체제로 인해 이 실장의 지휘력이 제대로 먹히겠느냐는 회의적 시각도 있다.
이 실장의 기용으로 인해 비서실장의 정무적 역할이 어느 정도 늘어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대학 총장 출신인 전임 김우식(金雨植) 실장이 보수층과 현 정부를 잇는 가교 역에 충실한 ‘실무 관리형’이었다면 이 실장은 정무적 감각이 돋보인다는 이유에서다.
2002년 대선 과정에서 이 실장은 당 정책위 상임부의장으로서 행정수도 이전 등 굵직한 정책공약을 입안하며 노 대통령을 막후에서 도왔다. 지난해 4월 총선 이후에는 노 대통령이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 직을 폐지했지만 이 실장은 소리 없이 정무적 사안을 챙겨 왔다. 이 실장은 홍보수석 당시 지금의 당-정-청 수뇌부 ‘12인 회의’의 전신인 ‘8인 회의’의 멤버이기도 했다.
언론인 출신인 이 실장의 발탁으로 노무현 정부의 대언론 기조에 변화가 있을지도 관심사다.
:이병완 실장은…:
△전남 장성 △고려대 신문방송학과 △한국일보 경제부장 △예금보험공사 이사 △새천년민주당 정책위 상임부의장 △대통령정무기획비서관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 △대통령홍보문화특보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김정훈 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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