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경영]‘마음을 유혹하는 경제의 심리학’

  • 입력 2005년 8월 20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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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유혹하는 경제의 심리학/니혼게이자이신문 지음·송수영 옮김/224쪽·1만1000원·밀리언 하우스

현대인들에게 쇼핑은 단지 물건을 구매하는 행위가 아니라 또 다른 ‘레저’다. 구매행위를 지배하는 것은 정확한 수치 분석이 아니라 ‘다른 무엇’이다. 그것은 바로 인간의 마음이다.

이 책은 ‘경제를 움직이는 것은 사람이지만 사람을 움직이는 것은 심리이므로 심리를 알아야 경제의 이면을 이해할 수 있다’는 행동경제학 이론에 따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의 경제 전문기자들이 집중 취재해 2003년 8월∼2004년 6월 연재한 기사 모음이다.

불황이라는데도 비싼 브랜드 상품이 잘 팔리는 이유는 불안투성이 시대에 안전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의 심리와 닿아 있다. 명품은 품질에 대한 안심뿐 아니라 그 가치가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으므로 ‘실패 확률이 낮다’는 심리가 깔려 있다는 것.

현대인에게 쇼핑은 일종의 ‘레저’다. 소비를 지배하는 것은 심리다. 불황인데도 명품이 잘 팔리는 현상에는 ‘실패확률이 낮다’는 안전심리가 깔려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고객에게 커튼을 1주일 빌려 주는 서비스를 기획한 도쿄 의 한 가정용품 제조회사의 마케팅 전략이 성공한 것도 ‘막상 샀는데 집조명과 달라 후회하면 어쩌지’ ‘집안 가구나 벽지와 잘 어울릴까’ 하는 불안 때문에 구매를 주저하는 주부들의 심리를 파고들었기 때문이다.

물건 구입은 ‘필요’가 아니라 ‘욕구’가 주도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소비자들에게 반드시 사야 할 이유를 파는 것도 중요하다. 심야에도 북적거리는 도쿄 소매점 돈키호테에는 며칠 뒤의 가격 인상을 예고하는 안내판이 즐비하다. ‘마지막 한정품’이라는 푯말이 소비자들에게 ‘바로 지금’ 지갑을 열어야 하는 동기를 제공하는 것.

‘즉흥적으로 덩달아서 (구매에) 동참하게 하는 축제 마케팅’도 있는데 백화점 푸드코너가 대표적이다. 직접 조리원이 음식을 조리하는 푸드코너에서 풍기는 향기로운 음식 냄새에 삼삼오오 사람들이 몰려들면 근처에 있던 사람들까지 덩달아 대수롭지 않게 지갑에서 돈을 꺼내는 군중심리를 이용한 것.

‘좀 더 싸게 팔면 더 팔릴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반복되는 할인은 소비자들에게 오히려 ‘조금 지나면 더 싸게 팔거야’라는 기대심리를 주는 역효과를 낳는다. 반복 할인을 하는 브랜드와 기업가치가 세일 브랜드로 전락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선택의 홍수시대에 단순함으로 승부하는 것도 방법. 미국 식료품점 시식코너에서 6가지 종류의 햄을 늘어놓은 날과 24종류의 햄을 늘어놓은 날 중 햄이 잘 팔린 날은 전자였다. 언뜻 생각하기에 선택의 폭이 넓어지면 소비자들이 좋아할 것 같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상품을 고르기 힘들어지는 소비자들이 결정 마비에 빠져 오히려 단순한 쪽을 선호하는 방향으로 바뀐 것.

신문 연재 시리즈물이다보니 학문적 밀도는 기대하기 힘들지만, 이슈 제기나 요약정리가 잘돼 있어 쉽게 읽힌다.

허문명 기자 ange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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