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식실장 “여론 전하며 대통령과 얼굴 붉히기도”

  • 입력 2005년 8월 20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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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의를 표명한 상태인 김우식 대통령비서실장(오른쪽)이 19일 퇴임 기자간담회를 하기 위해 김만수 대변인과 함께 홀가분한 표정으로 청와대 기자실에 들어서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사의를 표명한 상태인 김우식 대통령비서실장(오른쪽)이 19일 퇴임 기자간담회를 하기 위해 김만수 대변인과 함께 홀가분한 표정으로 청와대 기자실에 들어서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김우식(金雨植) 대통령비서실장이 19일 청와대 춘추관을 찾아 퇴임 기자간담회를 갖고 지난 1년 6개월 동안의 소회를 밝혔다.

김 실장은 무엇보다 보수 성향의 원로들을 자주 만나 얘기를 나누며 보수진영과 현 정부 간 가교 역할을 해 왔다고 털어놨다.

그는 “종교계 언론계 정계 지도자들을 많이 만났는데, (현 정부가) 친북 좌경 반미 사상이 농후하다거나 ‘386’에 둘러싸여 있다고 공격하더라. 그때마다 ‘그렇다면 내가 한시인들 청와대에 있을 수 있겠느냐. 월급 받으러 간 것도 아니고 뭐가 아쉬워서 있겠느냐’고 설득했다”고 소개했다.

또 “시중의 여론을 듣기 위해 일부러 택시도 많이 탔다”며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에게 그러한 바깥의 시각을 그대로 전하면서 ‘내가 어떻게 답변해야 합니까’라고 물은 적도 있다”고 했다.

그는 “비서실장으로서 직설적으로 (여론을) 얘기해 드려야 하기 때문에 노 대통령과 얼굴을 붉힌 적도 두세 번 있었다”며 “노 대통령은 ‘비서실장이 어떻게 그런 얘기를 하시느냐’면서도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주고받았고, 그런 과정을 통해 노 대통령이 정말로 장점이 많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저런 단점을 들춰서 얘기하는 사람도 있지만 누구인들 단점이 없겠느냐. 안타까운 것은 (노 대통령의 장점이) 너무 잘 알려져 있지 않다”면서 “밉든 곱든 대통령은 이 나라 최고지도자다. 용기를 불어넣어 주고 격려를 보내서 대통령이 활기차게 신이 나서 일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 실장은 “대통령이 외부로 나가기 어려운 청와대에 갇혀서 국사를 위해 노심초사하는 모습을 보면 딱한 마음이 든다”며 “거기에다 여러 가지 비난이 들어오면 무슨 신이 나겠느냐”고 덧붙였다.

이어 “앞으로 2년 반 동안 지금처럼 분쟁과 갈등이 소용돌이치면 정말 낭비적”이라며 “통합 협력의 무드가 조성되도록 언론이 유도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김정훈 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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