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그런 게 아니고요…”

  • 입력 2005년 8월 17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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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밝힌 ‘국가권력 남용 인권침해 범죄의 민·형사 시효 배제’ 문제에 대해 16일 “형사사건의 공소시효 배제는 특수한 경우에만 논의될 수 있다”고 밝혔다.

시효 배제 대상을 ‘예외적인 경우’로 한정한 것은 시효가 완성된 과거의 행위를 소급해 처벌할 경우 위헌 소지가 크다는 비판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 및 보좌관회의에서 “시효 문제를 제기한 이유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기본법’(과거사법)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과거사법에 따라 설치될 과거사정리위원회가 공권력에 의한 인권침해로 판단한 사건의 민·형사상 시효가 완성됐을 경우 피해자가 보상이나 배상을 받지 못하는 점을 보완해야 한다는 것이다. 올해 5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과거사법은 인권침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는 절차를 규정하고 있으나, 피해자에 대한 보상 및 배상을 위한 조항은 담고 있지 않다.

이는 열린우리당 측에 과거사법의 개정 및 특별법 제정을 통해 과거사법을 보완하는 큰 방향을 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열린우리당 오영식(吳泳食) 문병호(文炳浩) 원내부대표는 이날 “국민적 합의가 있을 경우 과거사에 대해 형사 시효를 배제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열린우리당은 또 과거 공권력에 의한 인권침해 사건의 민사 소멸시효를 배제하는 것을 골자로 한 특별법 제정도 추진키로 했다. 과거사법을 개정해 공권력에 의한 인권침해 피해자가 법원에서 재심을 받을 수 있는 요건을 완화키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에 한나라당은 “대통령이 위헌적 발상을 하면서 사회를 양분시키고 과거사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려 한다”며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한나라당 김무성(金武星) 사무총장은 이날 주요당직자회의에서 “노 대통령은 더는 국민의 정신을 불안하게 만들지 말아 달라”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열린우리당이 9월 정기국회에서 과거사법 개정과 특별법 제정을 밀어붙일 경우 한나라당과 상당한 마찰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정훈 기자 jnghn@donga.com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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